한국에서 세무사+aicpa 이후 로스쿨 조언

변호사 140.***.0.0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한국 세무사에 AICPA까지 있고 Big 4에서 근무 중이라면, 국제조세나 이전가격 업무를 하기 위해 자격증이 부족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변호사 자격증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쪽 부서로 옮겨서 관련 프로젝트 경험을 쌓는 것 아닐까요.
한국 로스쿨이든 미국 로스쿨이든 들어가면 최소 몇 년의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미국 로스쿨까지 가면 학비와 생활비, 일을 그만두면서 생기는 기회비용까지 합쳐서 사실상 수억 원짜리 투자입니다. 그런데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딴다고 국제조세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로펌이나 업무로 옮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특히 앞으로 5년 뒤 AI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세무, 회계, 법률처럼 정해진 법령과 규정, 판례, 기준을 검색하고 비교해서 문서를 만드는 업무는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세무사나 회계사,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당장 사라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지금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하는 세법 검색, 판례 분석, 신고서 검토, 이전가격 자료 조사, 계약서나 의견서 초안 작성 같은 일은 상당 부분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몇 년씩 공부해서 자격증을 딴 사람이 하던 일을 앞으로는 AI가 몇 분 만에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몇 년을 들여 비슷한 성격의 자격증을 하나 더 따는 게 정말 좋은 투자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구체적인 일을 반드시 하고 싶은 거라면 로스쿨에 가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세소송이나 불복 업무를 직접 하고 싶다든지, 미국 로펌에서 미국 세법 자문을 하고 싶다든지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국제조세를 하려면 변호사 자격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라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자격증이 많다고 커리어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지금 Big 4 안에서 국제조세나 이전가격 쪽으로 이동하고, 크로스보더 프로젝트와 조세조약, OECD Pillar Two, 세무조사나 분쟁 대응 경험을 쌓는 편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영어로 해외법인과 고객을 상대하고, 세무당국과 협상하고, 복잡한 사안에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앞으로는 자격증 하나보다 더 중요해질 겁니다.
로스쿨은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명확할 때 가는 것이지, 막연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큽니다.
잘못하면 커리어를 확장하는 투자가 아니라, 비슷한 자격증을 하나 더 얻기 위해 수년과 수억 원을 쓰는 비싼 우회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