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게이왕자 연재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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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게이왕자 24.***.46.114 49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그들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연봉이 얼마인지, 집은 몇 평인지, 차는 어느 브랜드인지부터 묻는다.

    그래서 내가 “일게이 왕자”를 만났다고 말했을 때,
    어른들은 그가 어떤 별에서 왔는지보다
    어느 계층에 속하는 사람인지 먼저 물었다.

    나는 그가 아주 작은 별에서 왔다고만 말해 주었다.

    그 별의 이름은 B-586, 혹은 댓글창 1호성이었다.

    그 별은 매우 작았지만, 왕자의 자아는 별보다 훨씬 컸다.

    일게이 왕자는 혼자 사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남과 함께 사는 비용은 싫어하고, 남 위에 군림하는 쾌감은 좋아했다.

    그의 별에는 빵 한 덩이와 물 한 병, 그리고 작은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어린왕자라면 장미를 사랑했겠지만,
    일게이 왕자는 장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장미에게 물을 주면서도 중얼거렸다.

    “왜 내가 너 같은 약한 존재를 먹여 살려야 하지?”

    장미가 시들어 가면 그는 오히려 만족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의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에게는 일종의 우월감이었다.

    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했다.

    첫 번째 별에는 기업가가 살고 있었다.

    그는 밤낮없이 숫자를 세고 있었다.

    주가, 수익률, 타인의 실패, 구조조정 인원.

    일게이 왕자는 그를 보며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려 하죠?”

    기업가는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남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왕자는 그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 우주 어딘가에는
    자신과 같은 영혼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두 번째 별에는 정치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약자들을 위해 일한다고 연설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지웠다.

    일게이 왕자가 물었다.

    “왜 저 사람들을 도와주는 척하죠?”

    정치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도와주는 척해야 더 오래 위에 있을 수 있으니까.”

    왕자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이기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 번째 별에는 거울만 가득한 방이 있었다.

    왕자는 그 방이 마음에 들었다.

    어디를 보아도 자기 얼굴뿐이었다.

    자기 목소리, 자기 의견, 자기 분노, 자기 피해의식.

    그는 거울 앞에서 매일 말했다.

    “세상은 나에게 너무 불공평해.”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말하는 불공평함이란
    언제나 자신이 더 많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타인의 고통은 그에게 통계였고,
    타인의 실패는 조롱 거리였고,
    약자의 눈물은 농담의 소재였다.

    그는 그것을 현실감각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