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알몸 수색·사막 추위 속 냉방기 가동하며 가혹행위” [인터뷰]
가자구호선단 김아현씨 한겨레 통화
김지훈기자
항구에 도착하자 이스라엘 정부 쪽은 ‘72시간 내로 추방된다는 것을 공지받았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을 하도록 요구했다. 서류에 서명한 해초는 “반성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었고, 활동가들이 말을 잘 듣는지 확인하는 절차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프랑스인 활동가들에게는 통역사와 변호사를 제공했지만, 해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 해초는 “변호사를 요구하니, 군인이 ‘나는 핸드폰이 없다. 네 핸드폰으로 전화해라’며 조롱했다”고 말했다.
해초와 활동가들은 버스에 태워져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인 채 4시간 동안 네게브 사막 한가운데 있는 케치오트 교도소로 옮겨졌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사막 밤의 추위에도 일부러 강하게 냉방기를 틀어 활동가들이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 협조적이지 않은 활동가는 창문이 없는 공간에 가뒀다. 손목을 파고드는 케이블 타이의 고통을 호소한 프랑스 활동가의 절규는 무시당했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그의 케이블 타이를 더 강하게 조였다.
교도소에 도착하자 남성 의사 앞에서 남녀 모두 옷을 벗게 한 뒤 신체 검사를 했다. 해초 활동가는 생리가 시작하는 날이라 생리대와 진통제 타이레놀을 요청했지만, 의사로부터 ‘타이레놀이 뭔지 모른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해초 활동가는 “자신이 의사나 변호사, 판사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진짜가 아님을 직감했다”라고 말했다. 하루동안 생리대를 지급받지 못한 여성 활동가들은 그대로 피를 흘려야 했다.
해초 활동가가 탑승한 ‘알라 나자르’(Alaa Al Najjar)호.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녀 9명을 잃은 팔레스타인 의사 알라 나자르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진 tulyppe
해초 활동가가 탑승한 ‘알라 나자르’(Alaa Al Najjar)호.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녀 9명을 잃은 팔레스타인 의사 알라 나자르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진 tulyppe
활동가들은 남녀로 나뉘어져 수감됐다. 해초 활동가가 옮겨진 구역은 13개 방이 있었고, 대여섯명씩 나눠 수감됐다. 다른 감방에선 구타당하는 활동가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케이블 타이로 고통을 호소하던 프랑스 활동가는 독방에 갇혔다. 다른 활동가들이 그를 풀어달라고 철문을 두드리며 항의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쪽문을 통해 스프레이를 보여주며 ‘조용히 하지 않으면 가스를 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해초와 활동가들은 단식으로 항의했다.
마실 물을 받지 못해, 활동가들은 세면대에 있는 물을 마셔야 했다. 자국 외교관과 면담한 뒤에 받은 물도 감방으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당했다. 휴지 같은 위생용품도 수감자들의 요구 끝에 하루가 지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당뇨병 등 지병으로 먹는 약을 제공받지 못했다. 군인이 한밤 중에 모두 깨어나게 한 뒤에 그냥 가버리기도 했다. 감방에선 가축의 대소변에서 나는 것 같은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해초는 “열악한 환경 중에도 앞서 수감된 가자구호선단 활동가들이 벽에 ‘팔레스타인 해방’이라고 남긴 글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