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대화만 잘 되는 것은 저도 겪었던 초기 증세입니다.
1:1 대화도 회사 내에서 나랑 일을 같이 하는 사람하고만 잘되지 젊은 원어민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1:1 대화 전혀 안됩니다. 미국 정착 초기에 1:1 대화가 잘되는 것으로 저도 제가 영어를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이것이 착각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저랑 자주 대화하는 원어민(보통은 내 매니저)으로부터 제가 영어를 배우고자 하지만
제가 깨달은 사실은 그 원어민도 자기도 모르게 제 콩글리쉬를 배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가 영어를 배우는 속도보다 원어민이 제 콩글리쉬를 배우는 속도가 더 빠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 1-2년 같이 일하면 제가 한국어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화가 잘 됩니다.
농담도 주고 받으니까요. 하지만 그 원어민이 다른 원어민과 영어로 얘기하기 시작하면 전혀 못 알아듣게 되어서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그들 사이 대화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20년 가까이 미국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으로는 영어 실력 키우는 것은 나무 심고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빨리 자라게 하려고 비료도 더 주고 물도 더 많이 주지만 전혀 자라지 않죠. 한 2-3개월 열심히 하다 지쳐서 뒷마당에 심은
나무 포기하고 잊어버리고 내버려 둡니다. 하지만 매일 해가 뜨고 가끔 비도 오고 하니 몆 년 지나고 우연히 가보면 어느덧
쑥 자라있는 겁니다.
저는 이 이치를 깨닫고는 영어 좀 더 잘해보겠다고 일부터 한국 유튜브 안보고 k-드라마 안보면서 한국 사람 피하고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여기 working-us도 가끔 와 봅니다.
대신 미국 회사에 다니니 열심히 회사일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서바이벌 영어(나무에게는 매일 해 뜨고 가끔 비도 오는 환경)는
매일 해야 했고 또 애들 학교 원어민 학부모 만나면 또 열심히 영어로 얘기하고 아이들 친구 원어민 부모하고도 잘 지내면서
어느덧 20년가까이 지나고 보니 지금은 그리 영어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4-5명 원어민이 서로 농담하는 스몰톡 잘 못 합니다. 영어 때문이라기보다는 문화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새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 보면 가끔 실수로 영어 자막 틀어 놓고 보는데 그 자막 대로 드라마 본다고 생각하니
드라마가 정말 재미없겠다는 느낌입니다. 스토리 전개 내용은 알겠는데 주인공이 툭 던지는 말 한마디는 한국에서 성장하지
못한 사람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죠.
그렇다고 미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겠다는 목표로 70/80년대 미드 시크콤 같은 것 시청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별로 재미 없더군요.
만약 내가 1980년대로 돌아가고 내 나이도 10대라면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요새 유행하는 드라마/영화는 미드/k-드라마 구분하지 않고 시청하고 유튜브도 영어/한국어 유튭 구분하지 않고 시청합니다.
영어는 매일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겁니다. 나무 자라듯이. 하지만 빨리 자라게 하려고 여러 가지 시도해 볼 수도 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할 겁니다. 괜히 자기 자신을 영어로 고문하는 것이죠.
제가 하고 싶은 조언은 영어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날 그날 재미있게 살기도 인생 짧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