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 해줘야지 워낙 리플리들이 많아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과외/학원 도움 없이 준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장학금받으며 학위를 따고 현재 박사후연구원으로 열심히 일하며 교수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비록 워라밸은 없었지만
마치 게임속 캐릭터를 키우는 느낌으로
그렇게 스스로의 능력치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근데 꿈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마지막 중요한 도전 하나가 제 발목을 잡습니다.
이 마지막 단계를 해내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서 교수직을 잡기 힘든데
그럴자에는 솔직히 그냥 돈 많이 주는 직장으로 가자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근래 주말에 많이 울었습니다.
사람이랑 헤어져도 이정도로 운 적은 없던 거 같습니다.
이건 마치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상 여태껏 학계에 남기를 희망해왔고 그대로 마음과 머리가 굳어진 상태에서
이걸 억지로 단념하려니 눈물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정떼는 과정이 이렇게나 힘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단계가 좌초된 걸 보면 저는 여기까지였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지도교수님 총애도 못 받던 미운오리새끼같던 제가
눈치없게 여기까지 꾸역꾸역 왔던 거 같습니다.
박사후연구원은 사실상 교수들의 좋은 먹잇감이자 노예라서
이짓도 정말 더러워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내세울 거 하나 없는 가정환경에서 온 제가
그저 운이 좋아 소위 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 (대학원이지만)해서 다른 세상을 접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국인 유학생들은 어쩜 다들 교수, 의사, 변호사 부모님이 많던지요.
조금 위축은 들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배경에서 여기까지 혼자 온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저들보다 내가 더 뛰어남을 보이겠다는 허세섞인 야심도 조금 속으로 부려봤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다 접습니다.
눈물은 계속 나지만 한편으로는 저도 드디어
저녁이 있는 삶,
저축을 할 수 있는 삶,
스트레스로 인한 속쓰림이 없는 삶,
취미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건가 하는 아주 작은 설렘도 있습니다.
배우자 말고는 외국생활 중 이젠 속터놓을 친구도 거의 없어서
힘든 감정을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어 털어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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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상황을 여기다 모두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다음주 기적적으로라도 상황이 역전된다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란 의미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업뎃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