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도로 싸릴 재배하지 않아서
싸립문이 없었던 우리집 입구의 마당엔수고가 500미터
수폭이 300미터가 넘는 배롱나무(백일홍)가 한 그루 있었다.
이맘때쯤부터 슬슬 피기 시작해서
지칠 줄 모르고 거의 3개월을 펴대는데밑에서 윌 바라보면
마치 빨간 하늘에서
빨간 눈이 쏟아지듯 퍼붓던 꽃잎들은
100미터도 넘게 쌓였었고한 번은 꽃사태가 나는 바람에
그 속에 파묻혀일일구와 나인원원,
5분대기조, 방위와 민방위,
공수와 해병 애덜이 출동해6박7일만에
극적으로 날 구해 낸 일화는
지금도 우리동네 입구의 전설비에
금박으로 또릿또릿하게 새겨져 있다.그 후로 난 배롱나무 트라우마가 생겨
아빠에게베뻐리자
고 졸랐지만
아빤 내게
안 베뻐려야만 할 이율 설명하시길,조상 대대로
우리집을 지켜 온 나무.임진왜란이니
1.2차 세계대전이니
육이오닐 거치는동안수많은 침략자들이
배롱나무의 수려한 꽃에 반해
차마 타치를 할 수 없어 냉겨놨기에불타지 않은 집은 우리집 뿐이라면서
게 다
저 배롱나무가 우리집을 지켜낸 거고대문이 없어도 여태
도둑놈.
도둑놈.
도둑놈한 번 안 든 것 또한
저 배롱나무가 불침번을 서줬기에라면서우리집안의 수호목이자 가보라
베뻐릴 수가 없다셨었다.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시더니
갑자기 톱으로
배롱나물 홀딱 베뻐리셨다.이율 말씀 안 하셔서
왜 베뻐리셨날 몰랐었는데오늘
하우스 싸이드에 심어뒀던 배롱나무.요놈을 보면서
합리적인 추측을 해 봤더니
그래, 그랬었어.
아빠가 나물 베뻐리기 전 날
쌩판 모르는 남자랑 온 누나가
쌩판 모르는 남자를 아빠께 인살 시켰는데
쌩판 모르는 남자가 말한 게 어렴풋이 기억나기론칼순이가 임신을 했으니
결혼을 허락해 달라
아마 그랬던 거 같아.아빠가
쌩판 모르는 남자의 눈깔을
집중적으로 파며 외치시길째깐새낀 나가 있어.
주윌 둘러봤더니
째간새낀 나밖에 없어
싫었지만 별 수 없이 나가 있으면서 들은 거라정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꼭 안 정확한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해.무튼 아빤
쌩판 모르는 남자가 돌아간 다음날
나물 베뻐렸으니까.
아 기억난다.
아빤 나물 베뻐리며 독백처럼 그러셨었다.쓰바,
세상에 믿을나무 하나 없당게?그 나무가
내 하우스 싸이드에서
하나 둘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보고 있노라니
마음은 논산에 가 있고
나무를 베뻐리던 돌아가신 아빠도
쌩판 모르던 아저씨도결혼을 놓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계속하면
청산가릴 털어넣고
농약으로 입가심을 하겠다던
칼순이 누나도내 곁에서
아이고 우리막내
아이고 우리 막내처남하며
웃고 있는 듯 하다.
.
.
.
.
.
딸래미가 한국에 가 있다.찍찍찍찍,
할먼네 집이라고
이곳저곳의 셀칼 보내느라 분주하다.엊그제까지 아장아장하던 애가
자고 인났더니 25살이 되었다.어쩌면 딸,
저 지지배 때문에나도 이 배롱나물
술마시고 베뻐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