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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에서
함께 공부하던지지배들 몇과
머슴아들 몇은읍내로
뺑뺑이를 돌리러 가지 않았었다.왜 저 친구들은
뺑뺑이를 돌리러 가지 않는지물어 보고 싶었지만
물어 볼 수 없었던 건어린 내 눈에도
그 친구들의 맑은 눈이너무 슬퍼 보여서
그래서 그랬던건 아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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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눈에
너무 슬픈 눈으로 보였을 형과 누나가서울로 어디로
어디 공장으로고사리 같은 손 보다 조금 큰 손으로
돈 벌러 간 덕에뺑뺑이를 돌려
읍내 중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나나 너나
내 네집이나먹고 사는 건 마찬가지였던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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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구경이라고 해 봐야
동네 잔칫날 이브에 어른들 모여변호살 선임할 틈도 주지 않고
꺼먹돼지 한 마리.
비명 서너 마디에 목숨을 내놓으면보시의 살덩이를 삶아
소쿠리에 건져 올린 고기털 박힌 살 한 점 얻어
꾹꾹 굵은 소금 찍어
꼭꼭 씹어 먹던 게 전부였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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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부자였고
가난이 행복였고
가난이 아름다웠던 그 때돌아서면 허기돌긴 해도
그 풀때죽 한 그릇이면세상이 온통 내 것이 되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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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그덕삐그덕
관절을 앓고 있는 사립문 옆 남새밭,한 뼘이나 자란 김장배추 사일 지나
담을 타며 단단히 얽힌 줄기를
달팽이처럼 더듬어가는 엄마,허리 펴는 가슴에
하늘만한 호박 한 덩이를 품고
태양만큼 밝은 미소를 지으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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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히 삭정개비를 지피시던 아버지
분주히 주걱을 휘저으며 땀을 닦으시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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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바장거리고
왕버들 졸고 있는 사이산그늘 뛰어내려 문살 뜯는 어슬녘쯤
김치와 다꽝이 전부였지만
달디 단 호박죽 하나로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던 그 때,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그 때,
가
지금도 그대로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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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 떨어진 감처럼
휑한 가슴이 이윽해 오더니갑자기 생각나는
그 때 그
호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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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늙은 호박,
늙은 호박이나 하나 사와야겠어.
“왜? 할로윈도 지났는데?”
저런 씨이.
아,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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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묻는데,얘,
왜 호박은 늙은호박야?
봄 애호박도 있잖아.
그럼
청년호박이나 중년호박은 어딜 가고
애호박에서 바로 늙은호박으로 가?애수박, 애딸기도 없거니와
늙은 수박, 늙은딸기도 없는데왜 호박만 그래?
왜 늙은호박인지
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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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릴 빌려 하나 더 묻잠,샐 두곤
참새, 종달새, 방울새 그러잖아.
그럼 왜
꿩, 비둘기, 뻐꾸기는 새라 안 해?
샐 붙여
꿩새, 비둘기새, 뻐꾸기새가 맞는 거야 아님
샐 떼
참, 종달, 방울이락해야 맞는 거야?
건 뭐 그렇다 치고
것 보다 가장 궁금한 건
너.
이곳에서 하루가 멀다곤 깽판만 치는 널 두곤
왜 사람들이개새
라해?
네게서도
샐 떼
개
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