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낚시가서 노가리 한 마리 잡아왔다

  • #3550023
    칼있으마 73.***.151.16 182

    음……얘,

    네가 저번에 그랬지?

    한국은 손바닥 만하다고.

    미국은 엄청 커서
    한국의 세 배도 넘는다고.

    그러면서 또 그랬지?

    한국사람들을 일컬어
    우물안 개구리라고.

    좁디좁은 곳에서
    뭘 그리 치고박고 아웅다웅 사는 지 모르겠다고.

    근데 얘,

    넌 한국만한 우물 봤니?
    어디서 그따만한 우물을 본 거니?

    그리고 얘,

    누가 우물안 개구리니?

    한국사람들,
    엄청 멀리멀리 뛰어다닌다 너어?

    넌 미국에 살면서
    최고 멀리 뛴 기록이
    네 집에서
    몇 미터까지 뛰어 봤니?

    우물안 개구리가

    널 거 같니
    한국사람들일 거 같니?

    그리고 얘,

    내가 보기엔

    미국이 한국보다 크진 않더라.

    서울서 부산 갈 때 얼마나 멀어.
    요즘 무슨 제트기같은 열차로 가도
    2박3일 걸린다드만.

    근데 넌 여기서

    서울서 부산 갈 때만큼 간 곳 없지?

    가보도 않고

    미국이 왜 커?

    어떻게 커?
    왜 커야만 해?

    미국이라서?

    난 내가 이곳에서

    너와 너처럼

    우물안 개구리로 살고 있어선지

    내 보기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크더라.

    아마 50 밴 더 크지 싶어.
    .
    .
    .
    .
    .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한국.

    이래저래그래서 미국왔다고 함

    뽀다구 안 날까봐

    이래저래그래 한국이

    싫어서
    싫어서
    싫어서 미국에 왔다고

    뽀다구 안 나는 소리

    만 하는 얘,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한국에

    나는 가 살려고

    음……한 20년 후 쯤?

    가서 살려고
    아까 잠시 가서 자리 좀 봐 두고
    간김에 낚시 좀 하면서

    노가리 한 마리 잡아왔다.

    이곳야.
    .
    .
    .
    .
    .
    노가리꾼……박민식

    낚시명……내가 쉬고 싶은 곳

    태안이나 안면도가 좋겠다
    앉으면 낚시터고 돌아서면 갯벌이니
    허름한 시골집 하나 싸게 빌려
    하얀 쌀밥이나 한 솥 지으면 될 게다
    어리굴젓이나 아기리젓 한 종지면
    한 끼니 식탁이 맞선 보는 자리처럼 기대되고
    해 지는 서녘에 앉아 붉은 놀 건지면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아련한 황홀은 없을 게다
    차곡차곡 노을을 개어 가슴에 갈무리하고
    돌아 앉은 저수지에 대낚시 한두 대 펼치면
    검은 숱 하얀 재 되도록 세월을 낚아도
    뭐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

    낚시터……나더러 마흔이 되라고 한다.
    .
    .
    .
    .
    .
    한국,
    좋지 않냐?

    음……얘,

    워뗘.
    나랑 함께 가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