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불과 3주 전까지 미국에 있는 일본 화학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2년 반동안 일했는데 베네핏은 최고로 좋았으나, 업무 능력이나 특성에 상관없이 장시간 일해야 하는 구조라 저랑은 안맞더군요. 일본회사 비추 입니다.
나름 글로벌 회사라 각 나라별로, 또는 지역별로 회사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 중간 조직과 상부 조직의 리더들은 일본 사람들입니다. 아마 외국에 있는 삼성도 그렇겠지만요. 본사에서 2년에서 3년 단위로 미국에 일본인 직원들을 파견하고, 돌아가면 매니져나 디렉터로 승진하는 시스템입니다.
파견온 일본인 직원들과 큐비클로 나눠진 사무실을 사용했었는데, 일반 직원들은 아침 7시 반 출근, 4시반 퇴근이라고 알고 있는데, 직원들 대부분이 눈치보느라 5시에서 6시가 되어야 겸연쩍은듯 퇴근하기 일쑤고, 일본 사람들은 보통 아침 8시쯤 일하러 와서, 저녁 8시 까지 집에 안갑니다. 저녁 6시가 넘으면, 일본인 직원들만 쥐죽은듯 책상에서 일합니다. 심지어 토요일, 일요일에도 나와 보고서 쓰는 일본 직원들도 있었구요. 저랑 같은 부서에 있었던 일본 직원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본사에 보고서를 내야 한다며, 금요일만 되면 저를 불러서 자기와 상관없는 프로젝트 업데이트를 주제로 미팅을 했습니다.
매주 팀별로 일본 본사와 컨퍼런스 콜이 있는데, 일본 시간에 맞춰 미국 중부시간으로 새벽 6시 반에 시작합니다. 일본시간으로는 저녁 8시 반이고, 보통 10가 넘어서 미팅이 끝나는데, 어떤 직원들은 열차를 놓쳐서 택시를 타고 간다더군요. 썸머타임이 끝나면, 반대로 미국이 저녁 5시 반, 일본이 아침 8시가 됩니다. 일본 시간이 오전일 경우는 몇시간이고 미팅이 안끝납니다. 자기들 말로는 회사랑 결혼을 한거라 집에는 자러만 가는 거랍니다. 다행히 미국 지사는 회사 보안 규정상 8시 이후에 남아 일하려면, 그 이유를 어드민에 보고해야 해서 억지로 집에 가기는 합니다. 아마 미국인 매니져들이 만들어 놓은 핑계같습니다만.
직원들 대부분은 미국인들인데, 문제는 미국 매니져들이죠. 십수년간 일본 사람들과 일하다보니, 미국인 매니져들이 일본사람들 한테 잘보이려는 충성심이 아주 강합니다. 지금은 평직원이지만, 나중에 디렉터나 그 이상이 되어서 다시 파견오거든요. 그래서, 불필요한 업무도 만들어 직원들 고생시키고, 옛날 일제시대 앞잡이들을 연상시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자동차 열쇠를 허리에 차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 미팅 시간에 일본인 부사장이 그걸보고 우리 매니져에게 보기 안좋다고 언급했는지, 우리 매니져가 저를 불러서, 열쇠를 허리에 차는것은 업무상 안전에 지장이 있다며 못하게 해서, 맨날 차 열쇠를 따로 가지고 다니느라 불편했습니다. 나중엔 연구원들도 절연 가죽 장갑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면서, 허리춤에 거추장 스럽게 장갑을 매달고 다니게 하더군요. 직원들 끼리 모이면, 장갑이 거추장 스러워서 화장실 문짝이나 책상 사이에 껴서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불평하기 일쑤였구요.
일본에서 높은 간부라도 오는 날에는, 회사 구석구석 청소하고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도 나름 박사급 연구원이었고, 제 동료들 대부분이 석박사 연구원들인데, 지난 2년 반의 세월동안 실험실 보다는 회사 창고에서 재고 샘플과, 쓰레가 정리하는일을 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회사 판매실적이 올라갈리가 없지요. 그래서, 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방문했었는데, 회장의 동선을 따라 직원들 하나하나를 배치시켜놓고, 평상시 쓰지도 않던 기기에서 일하는척 하고 있다가 회장이 질문을 하면, 뭘하고 있는지, 현재 사용중인 기기는 어떤것인지 설명하는 연습을 시키더군요. 완전 김정은이 시찰하는거랑 다를바 없었네요.
저는 매니져 눈치안보고 정시 출퇴근을 하려고 노력 했음에도, 보통 일주일에 50시간정도 근무했습니다. 잦은 본사와의 미팅과 출장을 더하면 어떤때는 주당 60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었구요. 리뷰때 우리 매니져가 제 퇴근 시간을 지적 하더군요. 그래서 기다렸다는듯 고소할것처럼 째려 봤더니, 그냥 그렇더라 하면서 겸연쩍게 지나 갔습니다.
일본 회사로 옮길때, 약 5만불 상당의 리로케이션 패키지를 받아서, 2년 계약기간을 채우느라 얼마전 사표제출하고 2주 노티스후에 HR에 모든걸 이야기 했는데, HR직원도 이미 다 알고 있더군요. 저랑 같은 시기에 입사했다 저에 앞서 퇴사한 직원들이 이미 언급 했었던 모양입니다.
장황한 설명이었네요. 결론은 미국에 있는 일본 회사가 이럴지경인데, 일본에 있는 회사들은 어떨지 상상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