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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8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장에서
“환멸감을 느낀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한 여권 인사가 전대미문의 ‘윤창중 성추문’이 터진 뒤에 한 말이다. 기대도 품었고, 잘해 나가리라 믿었는데, 이번 일을 지켜보며 낙담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좀 다른 것 같다. 1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박 대통령은 “우리 (청와대) 비서실을 감찰해야 할 정도가 되면, 그것은 이미 (비서실)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직기강을 강조하느라 한 말이지만, ‘박근혜 청와대’는 감찰받을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꾸렸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윤 전 대변인의 추태는 개인적 일탈일 뿐이고, 다른 ‘내 사람’들은 그런 잘못을 할 리가 없으니 그들의 근무기강을 관리·감독할 시스템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직원들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최소한의 재발 방지 대책조차 내놓지 않은 것은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그를 발탁한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사람을 잘못 본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도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결국 잘못된 인선에 대한 자기 성찰은 없고, 자신도 윤 전 대변인 사건의 피해자라는 왜곡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돌이켜 보면, 박 대통령은 조각 과정에서 7명이나 낙마한 ‘인사 참사’에 대해서도 사과한 적이 없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같다’는 박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하면, 그는 인사 참사라는 세간의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새누리당의 박근혜계 인사들은 “지난해 과거사 논란 때를 생각해봐라.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의 판단은 틀린 적이 없고 비판은 일시적인 시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15일 공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응답이 53.6%,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잘못됐다는 응답은 70.5%였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윤창중 성추행’과 박근혜 독선 인사 [한겨레캐스트 #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