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고, 바람이고, 불이고, 물

  • #103693
    hgsfjk 24.***.59.17 3052

    요즈음 경기도 너무 안좋고, 직장 분위기도 안좋고, 회사내 스트레스는 거의 폭발 직전이고,
    내일을 모르고 오늘만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은 삶들은, 분노, 좌절, 불안, 자포자기, 등등…

    감정의 파동을 언제나 격하게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요즈음 현장에서 몇달째 일하고 있는데, 일이 비교적 단순하여,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지나온 세월을 곱씨어 보고, 화내고, 절망하다가, 어느곳에서 몸뚱아리가 절반 딱 잘라진 토끼 사체를 보았습니다. 아직 썩지 않은것으로 보아, 주변에 많은 독수리들이나 악어들, 또는 벌쳐라고 하는 새들이 먹어치우다가 그냥 버린것 같아 보였습니다.

    기분이 더욱 꿀꿀해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까지도 팔팔했고 생명감 드높았던 토끼였을텐데, 지금음 몸뚱아리 아랫도리만 덩그러니 남아서 흙속으로 사라지겠다는 생각…

    그리고, 제가 경기탓으로 부쩍 분노하고 좌절하던 기분들이나,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끼고, 울고, 웃고, 착잡하고, 행복하고 하는 감정들…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느끼는 모든 생각들이,

    저 토끼의 몸뚱아리처럼, 오래지 않아서 흙이되고, 물이되고, 바람이되는것들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슴 한켠에 계속 쌓여만 왔던, 분노와 좌절, 불안들을 간단하게, 내가 지금 밟고 다니는 현장의 흙이나, 길가에 꽃들, 내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 어제 내렸던 비와 같은것에 지나지 않을것이란 생각 말입니다.

    미국인들 장례식장에서 흔히 되뇌이는 구절,  ash to ash, dust to dust 라는 말이 진리라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내일을 두려워 해보았자, 그게 바람이요, 흙이고, 물에 지나지 않고
    누군가에게 분노해보았자, 그 감정 또한 흙이고, 바람이고, 불이고, 물이라는 생각에 미치니까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물론, 가끔 느껴지는 행복감 또한 바람이고, 흙이고, 물이지요…

    • 21 75.***.83.94

      우리말에도 “돌아 가셨다”고 하쟎아요. 온데로 다시 돌아가셨다.
      참 의미깊은 우리말입니다. 오늘은 또 인류의 몇퍼센트가 돌아가셨을까.

      • hgsfjk 24.***.59.17

        그러게요, 말씀 듣고보니 “돌아가셨다”라는 말씀도 의미가 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