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한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경기도 의회가 전액 삭감하는 데서 처음 불붙은 무상급식 논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무상급식을 하면 ‘부잣집 아이들만 득을 본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하더니 최근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은 연일 반대에 나서고 있다. 반대 이유는 사회주의, 좌파 포퓰리즘, 예산 부족, 혹은 나라가 거덜나기 때문이란다.
반대파들의 주장은 저소득층 아이들만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인데, 이를 가리켜 선별주의라 한다. 그 반대, 즉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보편주의라고 한다. 복지에는 선별주의와 보편주의가 있다. 선별주의는 복지가 덜 발달된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한국은 이 집단의 꽁무니에 위치해 있다. 그 반면 복지가 가장 발달한 북유럽에는 보편주의 복지가 있다.
선별주의는 얼핏 보면 비용이 적게 들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선별주의에는 필연적으로 소득, 재산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며, 비용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런 조사를 거쳐서 소수의 빈곤층만 복지 혜택을 받게 될 때 대상자들은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낙인효과라 한다. 또한 대상자들은 일을 열심히 할수록 복지수혜가 줄어들므로 오히려 게으름을 조장하는 소위 ‘빈곤의 함정’ 문제도 생긴다. 이런 문제가 없는 이상적 복지제도가 보편주의이며, 복지국가일수록 보편주의가 보급돼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번 논쟁은 우리나라 보수파의 의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첫째, 그들은 오랫동안 한국이 취해온 인색한 선별주의 복지에 눈과 귀가 익어 더 좋은 세상을 모른다. 둘째, 우리나라 보수파는 너무나 오른쪽 끝으로 편향되어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즉각 좌파, 빨갱이라 공격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이런 공격이 맞을 때보다는 공격자의 무지, 몰인정을 폭로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번 논쟁도 예외가 아니다.
도대체 학교 무상급식에 얼마의 예산이 들기에 나라가 거덜난단 말인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무상급식을 하려면 대략 1조2000억~1조6000억원이 든다. 이는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숫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부자 감세액이 100조원에 가깝고, 각계의 반대가 많은 4대강 사업만 해도 22조원이 아닌가. 도처에 호화청사는 지으면서, 무상급식은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 지금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제일 잘하는 지방이 전북, 경남인데, 이들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각각 15위, 9위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은 멀쩡한 보도블록은 노상 교체하면서도 무상급식 예산은 0이다. 문제는 철학이다. 점심시간이면 슬그머니 밖에 나가서 수돗물을 마시는 애들이 아직도 많다. 자라는 애들 가슴에 낙인을 찍는 점심이 아니라 즐거운 연대의 점심이 되게 하는 데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철학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