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희 아빠는 가수이십니다. 엄연히 연예인 협회에 등록이 되어있고 벌써 17년째 가수활동을 하고 계시지
만 저희 아빠께서 가수이신것을 아시는 분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몇년 전에는 가끔씩 전국 노래자랑
에 나오시기도 했는데 요즘은 지방 장터나 공원에서 문화행사를 할때 노래를 부르시곤 합니다.
지난 몇년동안은 노래를 부르는것보다 다른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을 위한 일을 하시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정작 저희 아빠의 노래는 노래방에서 거의 불려지지 않지만 노래방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때마다 가수들이 저작권료를 받는일이라든지 방송국에서 재방송을 할때에도 연기자들에게 얼마간 출
연료가 지급되게 된 일에도 저희 아빠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이뤄낸 일이라고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
이번 지방선거가 시작되면서 저희 아빠와 엄마는 2주전부터 거의 매일 싸우십니다. 연예인들의 의리를
중요시 하는 아빠는 시장으로 출마하신 어떤 분을 도와드리기 위해 나가시겠다고 그러시고, 그동안 아빠
때문에 너무 많이 고생하신 엄마는 이제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결사적으로 말리십니다.
사실 엄마는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러가지 계산을 해 가면서 나가
는데, 굳이 불러주는 사람도 없는데 아빠가 잘 알지도 모르는 정치판에 섣불리 들어갔다가 잘못되어서
미운털이 박히면 그나마 지금 하고 있는 일도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셔서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
는 세상 사람들이 다 등을 돌리고 배신해도 문화 예술인들은 그러면 안된다며, 특히 연예인들은 그렇게
의리를 저버리면 안된다며 분을 참지 못하십니다.
엄마 아빠가 다투시는 걸 매일 들으면서 저도 많이 화가 났습니다. 필요할땐 도와달라고 해서 열심히 일
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치하시는 분들에게도 화가 나고, 연예인이면 무조건 잘살고 사치하고 사생
활에 문제가 있는것처럼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에게도 화가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여기 저기 유리
한쪽으로 옮겨다니면서 다른 연예인들이 욕먹게 만드는 그런 연예인들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아빠를 위
해 뭔가 하고 싶은데.. 그래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이번 선거에서 도와드리려 하는 분은 성남시장 후보로 나오신 이대엽시장님이십니다. 이 글을 쓰
려고 인터넷으로 이대엽시장님에 대한 글들을 검색해 보니까 여러가지 안좋은 글도 많이 있고 나이도 많
고 또 한나라당 출신이라 저같은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에겐 그렇게 매력적인 분이 못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다가 이번 선거에서는 MB 라인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천에서도 탈락했구요. 그런데 저희 아빠
의 입장에서는 이대엽 시장님께서 이번엔 꼭 다시 시장에 당선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으십니다.
먼저 저희 아빠와 같은 수많은 이름 없는 연예인들에게 그래도 조그마한 희망과 기회를 주신 분이시기때
문입니다. 유재석 강호동 같은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동방신기 같은 정말 잘나가는 가수들은 한번 출연할
때마다 수백 수천만원씩 받고 광고 수입도 엄청나지만 저희 아빠와 같은 이름 없는 가수들과 또 오래전
에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연예인들은 한번 출연에 몇만원에서 몇십만원 밖에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한달에 공연을 할 기회가 3,4 번도 없는 분들은 한달 수입이 백만원도 안되는 사
람들이 많습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그래도 여러 지방 자치단체에서 문화행사를 열어 무명의 가수들에
게도 공연할 기회가 있는데 10월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면 수입이 아예 없는 연예인들도 많습니다.
특히 지난 3년동안은 무명 연예인들에게는 더욱더 배고프고 서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2년 전엔 광우병
사태와 촛불집회때문에, 작년에는 신종플루와 두분의 대통령님의 서거 때문에, 그리고 올해는 천안함 사
건 때문에 연예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대엽시장님을 비판하는 글중에 시장님이 연예인 출신이라 공연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호화 청사를 짓
는데 막대한 돈을 낭비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노래가 너무 좋아 가수가 되고
싶은 저희 아빠와 같은 분들에겐 성남이야말로 한번이라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도시입니다. 오일장이 서는 모란 시장에서 공연하시던 아빠께 무대 앞에서 춤을 추
시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만원짜리 한장을 주셨답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시장바닥에서
하는 무명 가수들의 공연이 싸구려에다가 돈만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시장에 나오신 어르신들에
게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일게 분명하지만 선듯 내어주실 만큼 위로가 되고 흥겨운 시간이 되셨고 저희 아
빠와 같은 무명 가수들에게는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소일 뿐 아니라 가족의 생존을 위한 신성한
노동의 장소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의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20년전의 성남과 지금의 성남을 비교하면 누구나
다 성남이 전국 어느 도시보다 많은 발전을 한 것은 인정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대엽 시
장님과 함께 고생하며 일하신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또 솔직히 많은 연예인들과 정치가 사업가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을까요? 저희 아빠가 가장 분해 하는 말씀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xx는 그러면
안돼. 지가 어떻게 그자리에 있는지 세상이 다 아는데..” 하시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정치가 어제의 동
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불과 한달 전까지 시장님 앞에서 갖은 아양을 떨며, 오늘의 성
남이 있기에 일등공신이라고 자처하던 사람들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지자 마자 순식간에 변해서 한나
라당 캠프에 우르르 몰려가 이대엽시장님을 욕하고.. 정말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이유는 이대엽 시장님이 꼭 하셔야 할 일을 아직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빠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참 좋아 하셨는데 단 한가지에 대해서는 한탄을 하십니다. “왜 그분은 대통령에
계실때 다음 후계자를 키우지 않으셨나!” 하십니다. 이대엽 시장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십니다. 지난 20
년동안 성남을 이끌어오시면서 왜 좋은 후계자를 발굴해서 키우지 않으셨나.. 그래서 지금의 치욕을 당
하시나 안타까워 하십니다. 이번에 시장이 되셔서 그동안 이루신 일들을 잘 마무리 하시면서 이재명 후
보같은 젊고 뜻있는 분들을 다음 시장으로 하나하나 차분히 준비하시는게 성남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아
닐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이대엽시장님을 위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얼마전 저희 아빠를 만난 시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xx아 그래 요즘 어떻니? 부인
혈압은 좀 나아지셨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지어 연예계의 까마득한 후배가수들도, 인기없고 이름 없
는 가수에 대해서 그닥 관심을 갖지 않는데.. 그정도의 관심과 또 기억력이라면 나이 많다고 한나라당에
서 공천탈락당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모르겠습니다. 또 어느분이 가장 훌륭한 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록 인기는 없으셨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가수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의리를 지키려다 매일 손해만 보신 저희 아빠의 마음은 이렇게라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지금 이대엽시장님도 참 외로우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두서없이 너무 길게 쓰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