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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쩍 가슴에 와닿는 시를 보게 됩니다.
예전에도 수없이 보았던, 오래된 시이지만, 살기가 팍팍한 요즈음 특히나 마음을 달래주는 시네요.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청산은 나를 보고 (나옹선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미국에서 어렵게 생존해내는 우리로서는
청산이 굳이 우리에게 말없이 살라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어장벽때문에 말없이 살아왔습니다.다만, 언어장얘자일지언정, 사랑과 미움을 느낄수 있기에, 환희와 고통도 피할 수 없고,
성냄과 탐욕또한 벗어놓기가 힘들기는 한국에서 사시는 분들 못지않게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하지만, 한국에서 사시는 분들보다는 적어도 한가지 나은것은 “말없이 살아가기” 만은 본의건 타의건
용이하다는 점입니다.사랑과 미움도,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미국 삶이라서 그런지, 수많은 인연들속에 복잡하게 살아가시는 한국분들보다야, 아무래도 단촐하고 풀어내기 쉬운 미국동포들의 삶이 아닐런지요.
성냄과 탐욕또한, “말없이 살아내야 하는 미국 삶”이니만치 그 성냄과 탐욕의 크기 또한 애지녁에 컨트롤 할만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사랑, 미움, 성냄, 그리고 탐욕 이모든 것은 말에서 시작되고, 말로서 끝을 봐야 하는것이 대부분이니,
굳이 청산의 충고 없이도, 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스스로 이미말없이 살아가고
티없이 살아갈수가 쉬운게 아닌가 여겨봅니다.다만, 남은일 한가지는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는 것인데….
이게 참으로 오묘한 이치를 담은듯 하여 어렵군요.
물은 항상 낮은곳으로만 움직이는 속성이 있고,
바람또한, 압력이 높은곳(고기압)에서 압력이 낮은곳(저기압)으로 흐르는 속성이 있으니,물과 바람은 둘다 낮은 쪽으로만 움직이며 살고 있네요…
겸손이네요.
그 어떤 사람들에게(남녀노소), 그리고 그어떤 생명체, 무생명체, 일체 중생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낮은곳으로 임하는 삶의 자세…그게 바로,
700 여년전 조선건국의 기초를 닥은 무학대사의 스승이었던 나옹대사의 깨달음 이었네요…
한나라를 일구어낸 분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낮은데로 임하며 살다가 갔는데,
이미 낮은데에서 살아가는 일개 범부로서 우리가 그냥 낮은데로 임하는 겸손함에 대한 자세는 그런데로 업렵지 않은 삶이라는 판단이 들 정도입니다.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말없이 살고 있으며,
그저 물처럼 바람처럼 낮은데로 임하며 살다가는
담담한 삶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일요일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