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y area 대기업 개발직… 조언구합니다.

  • #3430087
    신입 24.***.124.2 1262

    안녕하세요,

    미국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학을 와서 미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문과체질임에도 STEM 으로 띄어들어 지금은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H1B 신분 신입입니다. 2018년 중순부터 해왔으니까.. 1년 7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제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학교에서 CS 를 공부했지만, 기본 과목들을 제외한 300 레벨에선 친구들을 붙잡고 겨우겨우 해결하는 학생이고, documentation 을 보면 지레 겁부터 먹는 학생이었습니다만…

    마음을 추스리고 부트캠프를 통해 디자인과 코딩을 접목시킬 수 있겠다 싶어 (원래 영화 / 음악 쪽 꿈을 지향)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가닥을 잡았고 현재 Bay Area 유명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작년 초, 조직이 개편되면서 시작됩니다. 하나의 큰 프론트엔드 팀이 개편이 되면서 네개의 부서로 갈라지게 되었고, 저는 그 중 라이센스 인가 팀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2년 전 타 팀으로부터 migrate 된 레거시 코드베이스를 맡게 되었습니다.. 유저 매니지먼트하는 페이지인데 원래 b2b 업무를 전담하던 팀에서 담당하던 비즈니스 로직이 제가 속한 팀이 점점 비대해지자 따로 빼내와 저희 쪽 코드베이스로 copy and paste 한 것입니다. 테스트 커버리지도 미흡해서 어떻게 손을 대기도 어렵습니다.

    뭐 처음에는 이것도 운명이려니 하고, 신입이기도 하고 그냥 묵묵히 제 할일을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프론트 엔지니어는 둘 다 애엄마입니다. 그 중 한명은 정치의 신이며 (정말 필요한 일이지만, 결국 코딩적으로는 if statement 를 넣는, 유저 permission 관련 업무 담당), 다른 한명은 최근까지 출산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정작 코딩을 할 때 이 사수들은 제가 물어보는 것에 답을 정확히 해주질 못한다는 것입니다. 유지보수에만 특화된 시니어들이라 (백엔드에 강점이 있긴 함) 프론트가 좋아 일을 시작한 저에게 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permission 담당 사수는 제가 물어보는 UI 컴포넌트를 어떨때 이런 패턴을 써야하는지, 또한 promise call을 연결하는 이 지점이 왜 이렇게 짜여져 있는 거냐고 묻는 것에 대답하지 못합니다. Permission 관련해서만 잘 압니다. 그 후로는 레거시 코드는 원래 그런거다, 이런 소리만 하고 있고.. 다른 사수도 비슷합니다. 오히려 출산 휴가를 다녀온 뒤로 저에게 계속 묻는 형편.. 근데 문제는 저 역시 레거시 코드베이스에서 놀다보니 저 역시 새 기술에 대해 감이 떨어져서 답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죠. 매니지먼트는 이런 것에 무지합니다. 돌아가니까 문제가 없어 보이겠죠. 사수들이 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보면, 어디서 복사 붙여넣기 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레거시 코드베이스에 새 기능을 넣는다는 건 많은 리팩토링이 수반되지만 늘 일정에 쫓기는 상황에 그거까지 어떻게 해.. 하는 분위기.

    저는 배우는 게 없다고 느끼고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팀의 업무 내용 자체도 흥미가 사라지는 시점입니다. 요즘 윗 선배기수들은 다 타 팀으로 옮기고 심지어 저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백엔드 파트너마저 요즘 너무 리더십이 chaotic 하다며 타 팀으로 나간다고 합니다.

    그동안 새 기능을 구현할 때 다른 팀 시니어들에게 코드리뷰를 요청하게 되고, 사수는 믿지 못하겠고, 레거시 코드베이스에서 일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타 팀의 테크스택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그 사이 리덕스 사가 패턴 적용을 하기 시작한 타 팀의 코드는 이제 리뷰 자체가 불가능하고… 성장하려면 계속 해야하는데 이젠 공부할 힘도 없습니다. 저희 팀 코드 베이스는 그런 걸 도입할 단계에도 와 있지 않습니다. 막상 타 팀의 시니어를 붙잡고 제가 작성한 코드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 평가를 듣는 아이러니.. 사실 제가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가이던스인데 이걸 타 팀 시니어에게 찾고 있으니.. 참 막막하네요.

    이직을 생각하고 싶지만, 지난 1년 간 배운 것이 없기에 그것도 자신이 없고 결국 남은 것은 영주권까지만 버티자는 마음 뿐입니다. 타 팀으로의 사내전환도 알아보았지만 다들 시니어만 찾고, 프론트 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 상태입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지하게 한국 돌아가서 식당 일이라도 할지 생각중입니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싶습니다.

    • ?? 174.***.192.8

      Tech company 맞나요? Bay area big company 수준이 주니어가 절망할정도라니 뭔가 이상한데요..
      저도 비슷한 현상을 느꼈는데 non-tech 회사에서 일할때 그랬었습니다.

    • -_- 162.***.133.51

      오래전 비슷한 고민을 꽤나 해왔던지라 한글 올리겠습니다.
      일단은 오래전 저의 같은 질문에 답변을한 선배의 말을 응용하겠습니다 :
      “회사는 네가 공부를 하는데가 아니다, 회사가 필요한 인력과 일을 하고 거기에 맞는 페이를 받는곳이다.
      여긴 학교가 아니다, 착각하지 말아라. 공부를 하고싶으면 돈과 시간을 내고 학교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퇴근후에 독학해라”
      꽤나 씁쓸한 조언이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맘에 품고 살고있습니다.
      뒤죽박죽 팀에 어쩌다 뜻하지 않게 몸담게 돼어 같이 진흙탕에 뒹굴면서 ( 제대로 하는일은 하나도없는데 매일 몸만 바쁜 ) 하루하루 무력감에 미쳐가는와중에 그나마 저를 붙잡아준건 혼자 퇴근후 몇시간씩 하는 개인 프로젝이었습니다. ( 뭐 제대로 런칭돼거나 잘됀건 하!나!도! 없습니다 )
      여러 인터뷰때 엄청난 도움이 돼더군요, 뻔한 조직의 흔하디흔한 틀에 맞춰진 일보단 제가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해낸일들이 인터뷰어들의 관심을 꽨나 끈거같습니다. 덕분에 매번 더 좋은곳으로 이직할기회도 있었던거같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악물고 버티면서 옮길준비 하시는게 좋을거같습니다.
      적지않을 시간과 노력이 희생돼지만 값어치는 할겁니다.
      아… 그리고 대기업 ‘근무 경력’이란거 적지않게 중요합니다, 우습긴 하지만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낟도 일단 resume filtering -> onsite interview 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내가 가진 능력을 보일만한 기회조차 만들수없는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직업이있을때” 와 “직업이 없을때” 의 구직자 포지션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연봉,베네핏 네고에서 갑을 포지션이 바뀌기도 하고요. 웃기게 말하자면 다른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려면 현제연에상대가 꽤나 화려하면 큰도움이 돼더군요.

    • ㅁㄴㅇㄹ 107.***.97.79

      어느정도 공감이 갑니다. 최대한 영주권 받을때까지 버티세요. H1b를 트랜스퍼 할수있지만 현재 영주권 진행중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받아두는게 제일 중요하구요. 정 답답하면 회사 내부에서 팀을 옮기세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 그렇게 하려구요.

    • 그게 98.***.233.52

      회사가 자기계발을 시켜주면 제일 좋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아요.

      회사에서는 돈주고 일시키는 곳이고,
      보통은 거의다가 ‘회사원’ 일입니다. 테크잡이라고 다른거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열심히 일하고 남는시간에 연습하던가
      집에 와서 공부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계발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차이는
      정말 ‘정치’ 잘하지 않는이상은
      2-3년후에 이직할때 보이게 됩니다.

      굿럭~

    • ㅁㅁㅁㅁ 209.***.188.54

      위에분들 말씀도 맞지만, 너무 자조적으로 일하는 기계가 되지 말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님 팀의 높은 사람한테 최신 플랫폼으로의 마이그레이션 또는 재작성 프로젝트에 관심있다 하시고 조그만 프로젝트라도 프로포절 해보실 수 있겠구요. 그게 안 먹힐 수도 있죠 물론. 점진적 재작성보단 팀채로 바꾸는게 더 잘 먹힐 수가 있어서… 그런 분위기면 팀 또는 회사 옮기시면 됩니다.

      너무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약간 과몰입하시는걸로 보입니다. 님한테 누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것도 아니고, 회사가 님을 끌어줘야 할 의무나 당위가 있는것도 아니지요. 님은 열심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일을 찾고, 승진을 위해 기회를 찾다가, 안될 것 같으면 옮기면 됩니다.

      이제 2년차 다가오면 1인분 충분히 하실 수 있을텐데 “누군가 나를 끌어줘야 함” 마인드를 기본으로 끌고 가시는건 좋지 않습니다.지금처럼 여러 사람 만나는걸로 충분합니다. 잘하는 2년차 이상 레벨은 대개 미니멈 가이던스로 단독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습니다. 님이 요구해야 하는건 윗선에서의 큰 방향 제시 정도지요.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 펜펜 152.***.8.130

      스트레스가 많으시겠어요.
      저는 개발직은 아니지만, 학부때 조금 관련된거 하고; 직장에서는 remotely 건너건너 관련이 되는 일을 했는데 말이죠, So called (software engineer)들도 다들 제 각기이더군요.

      #1 작곡가로 말하면,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같은 사람도 있는데,
      #2 그냥 남들이 만들어 놓은거 이게 뭔지도 뭐르면서 copy paste한다음에
      잘 돌아가는지 보고, 뭐 안되면 그 function 만 고쳐서 되면 끝! 다른function은 안쓰니까 상관없음. 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3, #2번 정도도 못하고, 옆사람에게 물어 물어 step by step알려주면 그것만 기계적으로 하고, 5시 땡! 치면 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특히 3번은 나이가 많이 드셔서, 도대체 뭐 새로운걸 배우는것이 힘드신 분들이 있었는데,
      메니지먼트도 알아요. 그냥 두더군요. 왜???
      이게 보니까 회사가 괜찮다가도, 뭐 돈이 안벌리면, 무작위로 15% 짤라라 하거든요.
      그때 자르려고 그냥 두더라구요. 일잘하는 사람을 자를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매년 performance review하고 보나스 나눠주고 할때, 적게 줘도
      본인 실력을 아는 #3은 불평 안하고 있으니까 그냥 두는거죠.

      옆으로 셌는데, 지금 뭐 잘 모르겠어도, 우선 출산휴가 갔다온분이 꼭 분류하자면 #3인거 같은데
      지금 님이 #2이라도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다니세요.
      그렇게라도 5년 다니다 보면, 뭐가 보일겁니다. 그럼 그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뭘 공부하고 파더라도, 이쪽을 파야겠구나 갈피가 잡힐거에요.

      마지막으로 지금 이해가 안되지만, 회사에는 #1 같은 사람만 있는거 아니구요,
      #2 심지어 #3 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돈주고 있는거구요.

      제가 보니까 #2 정도 – 막 잘하지는 못하지만, 시키는 건 할줄 아는 사람들 중에
      정치 잘하는 사람들이 근데 봉급도 잘 받고, 실력도 없는 것 같은데, 이회사 저회사 잘 옮기고 합디다.

      이게 또 사실 불공평?한듯 해도 사실 말이 되는게
      개발자라도,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사실 회의다니고, 말빨로 네고하고, 다른 부서와 리소스 (인원 / 버젯) 경쟁에서
      우리 부서가 중요하다 사람이 이만큼 필요하다 따오고, 또는 손님에게 뭐 팔고
      이런게 코딩보다 더 중요하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