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박 50일 좌충우돌 유럽 생환기17 – 베니스, 로마, 소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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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기 24.***.74.254 7389

    베니스에서의 기억은 많은 부분 망각의 강을 넘은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을 간추려 보자면 베니스에 도착하여 처음 간 곳이 유명한 광장이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비둘기떼가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광장 이름이 가물가물 한데… 산 마리코 광장… 인터넷을 뒤져보면 금방 알터인데 오늘은 웬지 귀찮니즘이 발동중이라…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찾아보시길…ㅋㅋㅋ)

    그 광장을 벗어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꽤 오랜시간동안 도보로 베니스 구석구석을 누볐는데 같이간 현주와 아영이 불평했던 기억이 있는걸로 봐서 분명 내가 걷자고 했던것 같다. 어쨋든, 대화중간에 ‘거봐… 나랑 다니면 힘들거라고 했잖아~~~’, ‘거봐… 여긴 배낭족은 하나도 안 보이지…?’, ‘남들이 안 하는걸 해봐야 남들이 얻지 못하는 경험이나 인연도 만들수 있는거라구…’ 등등의 말들을 계속했던 기억이 난다.

    베니스를 떠나기전 마지막 기억은 비교적 또렷한데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것이 하나있다.
    베니스에서 만난 배낭족 친구 이름이다.
    당시 대학 1학년 영계로 어린티 팍팍내며 현주와 아영에게 계속 누나, 누나하며 착착 감기던 녀석이었는데 이녀석 이름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오가며 만났던 배낭족들은 많았으니 그 많은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해낼리 만무한 만기지만, 계속 생환기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친구의 이름을 잊었다는 것은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계속 남들이 안하던 것만 했으니 이제 남들처럼 곤돌라는 타봐야 겠다는 현주와 아영때문에 엄청난 거금(?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됨)을 들여 곤돌라를 탔는데 뱃사공(이태리어로 뭐더라?)이 두명씩 남녀 짝을 지어 타야된다고 우겨서(?) 결국 만기와 현주, 철승(실명도 생각안나고 어차피 다른 대부분 분들은 가명으로 써 왔으니 그냥 아는 친구이름을 써 이야기를 이어가야겠다. ㅋㅋㅋ)이와 아영이가 짝을 이루어 곤돌라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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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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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젓는 뱃사공 뒤로 빨갛게 물들어 가던 바다와 하늘…
    느닺없이 시작한 뱃사공의 뜻모를 세레나데…
    베니스의 바다위를 유유히 가르는 곤돌라…
    그 위에 꿈꾸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현주…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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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이… 아주 약간… 정말 아주 아주 조금… 현주가 예뻐보였다. 동생이 아닌 여자로서…
    다시 강조하지만 진짜로 맹세하건데 아주 조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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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무슨 생각해?’
    ‘어…!!!’
    ‘뭐야? 왜 이렇게 화들짝 놀라고 그래?’
    ‘놀라기는 무슨~~~’
    ‘뭐… 깜짝 놀라더구만… 계속 흘~끄~음~ 흐~으~을~끔 훔쳐보더니 아저씨 나한테 홀린거 아니야…? 내가 구미호거든…ㅋㅋㅋ’
    ‘뭔 소리여!!! 누…누…누가… 훔쳐봤다구…’
    ‘허~어~ 아니면 말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시나… 챙피하게시리…’
    ‘으~이~씨~’
    .
    .
    .
    빙글거리며 계속 나를 놀리는 현주의 장단에 완전히 놀아나며 그렇게 곤돌라 탑승기가 막을 내리기 직전 현주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아저씨… 나 진짜 이쁘지 않아?’
    (뭐야 이건… 완전 자뻑이네… 뭐 하는 짓이 밉진 않다만… 근데 왜 정색을 하고 그런다냐?)
    ‘야!!! 너 완전 중증이다… 빨리 내려서 어디 가까운 병원 알아봐야겠다…’
    ‘헤헤헤헤!!!’
    ‘여자가 헤헤헤헤가 뭐냐 헤헤헤헤가~~~’
    ‘그래도 예~엣~쁘지?’
    ‘어이고… 말을 말자… 다 왔으니까 빨리 내리기나 하셔…’
    .
    .
    .
    그렇게 베니스 여행이 끝나고는 또 @@@@@@@

    베니스에서 바로 로마로 갔었는지 아니면 어딜 들렸다가 간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넷이(베니스에서 만난 철승이까지) 로마행 밤기차에 한 객실(Compartment)에서 같이 자며 이동했던 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어떤 배낭족이 로마행 밤기차에서 자다가 배낭을 잃어 곤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영이가 무섭다며 밤에 객실 문을 잠궈 놓자고 하여 쇠사슬과 자물쇠를 구입했던 기억과 그렇게 객실을 잠궈 놓았다가 검표하러 온 사람한테 혼난 기억이 생생하니까…

    어쨌든, 로마에 도착한 우리는 현주와 아영이의 인도하에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
    정확히 어디서였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근데… 만기… 로마에서 소매치기를 잡고야 말았으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던(아마 무언가를 보려고 기다렸었던 것 같은데…더이상 묻지 마시라…@@@) 큰길이였다. 그것도 대낮…
    다른 한국 배낭족들과 섞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서있던 현주의 배낭으로 손이 쑥 들어가는 것이아닌가…
    눈깜짝할 사이(진짜로 눈깜짝할 사이)에 배낭속으로 들어갔던 손이 나오고 현주뒤에 서있던 만기… 본능적으로 그 손을 낚아채었다.
    그 손엔 현주의 쪽가방(? 지갑보다는 크고 가방은 아니고…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이 들려있었고 내게서 빠져나가려는 손을 힘을 주어 움켜쥐며 쳐다보니 많아봐야 15세쯤 되어보이는 어린 남자애였다.
    일단 현주의 쪽가방을 뺏어들고 그녀석의 팔을 뒤로 꺽었다.
    그녀석 아픈지 비명을 질렀고 그제서야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단 팔을 꺽어 제압을 했지만 사실 만기도 처음 겪어보는 일인지라 당황하여 어떻게 난국을 풀어나가야 할 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멀리서 어떤 백인의 안내를 받으며 군복같은 경찰복을 입은 여자경찰이 다가왔다. 손에는 무시무시한 경기관총을 들었다… (그때 로마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로마 경찰들은 원래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중에보니 그때 본 로마 경찰들은 모두 권총이 아닌 경기관총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
    .
    .
    ‘&%#^%*#^##$&?’
    (이런 제길… 이태리어다…)
    ‘What?’
    ‘#%#&%**#*^$&&’

    여자 경찰이 나를 무서운 표정으로 압도하며 뭐라고 톤을 높여말한다.

    ‘I don’t understand. Can you speak English?’
    ‘$#&*(^%*&^*%#’

    이젠 나에게 거의 화를 내다시피하며 소매치기의 팔을 꺽고 있는 내 손을 가리킨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말은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표정으로봐선 소매치기가 아닌 나를 오히려 추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얼마간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고 경찰은 경찰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각기 다른 언어로 언성이 높아지는데…

    ‘저기요… 일단 그 손부터 풀어주세요…’

    갑자기 등뒤에서 나는 굵직한 남자 목소리에 흘낏 고개를 돌려보니 범상치 않은 체구에 좀 나이가 들어보이는 분이 다가서고 있다.

    ‘경찰말이 일단 팔부터 풀어주라는데요…’
    ‘아~~~ 이태리어 할 줄 아세요? 그럼 좀 전해주세요… 이 녀석 소매치기라고…’
    ‘#%#&*^#*%*’
    ‘*%#&#*%%#%’
    ‘어쨌든, 일단 팔부터 풀어주래요…’

    일단 팔을 풀어주며 소매치기를 경찰쪽으로 약간 밀었다.

    ‘#%%#*%#?’
    ‘소매치기라는 증거가 있냐는데요?’

    가지고 있던 현주의 쪽가방을 들어보이며 흥분한 목소리로…

    ‘저 넘이 이걸 얘 가방에서 빼는 걸 낚아챘거든요…’
    ‘#$#%*%##%*%’
    ‘#*^*%#%#$%%#?’
    ‘그럼… 그건 찾았고… 다른 잃어버린 건 없어요?’
    ‘뭐… 살펴봐야겠지만 손 들어갔다 나오는걸 바로 낚아채서… 없을것 같긴 한데…’
    ‘@$&%&*%*##%%##%&%#’
    ‘#&%%##%%#$#^’
    ‘그럼 가방열고 살펴보라는데요?’

    현주가 배낭을 내려놓고 살펴보더니 없어진게 없다고 대답했다.

    ‘#%&*%#*%#&^%#*’
    ‘#$&&&%#(%##%%#^’
    ‘그럼 없어진건 하나도 없는거냐고 묻는데요…’
    ‘네…’
    ‘#$&#’

    그 형이 뭐라고 얘기하자 경찰이 슬그머니 소매치기녀석의 등을 떠밀고 아차하는 순간 모여있던 군중을 헤치며 소매치기 녀석이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현주가 배낭뒤지는걸 도와주느라 잠시 앉아 있던 만기… 반사적으로 놈을 쫒기위해 몸을 일으키는데… 갑가지 경찰이 앞을 막아서며…

    ‘#&%*&^#%#^’
    ‘잠깐 기다리래요…’
    ‘네?’
    ‘#%&**&%*%##^*&%**#%***&*%&^%#&%*%#%’
    ‘잃어버린 물건도 없고 소매치기는 이미 도망가서 못 잡을테니 더이상 문제 만들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하는데…’
    ‘네?’
    ‘제 생각에도 그냥 정리하고 빨리 가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그래도… 이…씨…’
    ‘여긴 원래 그래요… 화나는거 알겠는데… 그냥 가요… 그게 편하니까…’
    ‘아니… 그래도…’

    ‘#%&*#%*^*#%#%’
    ‘경찰서가서 조서같은거 쓸거 아니면 자긴 간다는데요…’
    ‘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데요… 경찰서 가실건지…’
    ‘아니… 다 잡아놓은 소매치기는 풀어주면서 나는 무슨 경찰서에…?’
    ‘경찰서 안 갈거죠? 내가 알아서 얘기할께요…’

    돌아서서 경찰과 주거니 받거니 몇마디를 더 나누는 그 분…
    그리고 한마디를 남기며 웃으며 돌아서는 경찰…

    ‘#%&%$^%###&*’
    .
    .
    .

    ‘마지막에 뭐라고 한거에요?’
    ‘아~! 좋은 여행되라고…’
    ‘아니… 참 어이가 없네… 경찰이 현장에서 잡은 소매치기를 풀어주질 않나… 오히려 도둑잡은 사람보고 경찰서를 가자고 하질 않나… 내 참 열받아서… 중얼중얼중얼…’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격분하며 한참을 혼자 씩씩대는 만기를 무시하며 아직 앉아 있는 현주에게 말을 거는 그분…

    ‘괜찮으세요… 많이 놀랐나보네…?’
    ‘네…흑…’

    그제서야 현주옆에 쭈그려 앉으며보니 진짜 많이 놀랐음인지 현주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고…
    아영이도 덩달아 현주옆으로 앉으며…

    ‘현주야… 괜찮아?’
    ‘어… 괜찮아… 그냥 좀 놀래서…’

    뒤에 서서 보던 그 분 만기 어깨를 툭툭치시며…

    ‘저기요… 여자분 많이 놀래신거 같은데… 빨리 숙소로 돌아가셔서 쉬시는게…’
    ‘참!!!… 이거 경황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늦었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걸 가지고 뭘… 어쨌든 빨리 숙소로 가시는게…’
    ‘저희가 아직 숙소가 없거든요… 오늘 아침에 로마에 도착해서…’
    ‘아~아~~!!!’
    ‘어쨌든…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도와주셔서…’

    그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다시 고개를 현주에게 돌린 만기…

    ‘야~~~ 환자!!! 괜찮냐? 괜찮으면 이제 일어나지…? 철승아… 누나 좀 일으키자…’

    나와 철승이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나에게 대들듯…

    ‘아저씨… 내가 왜 환자에요?’
    ‘너… 병 있잖아… 공주병… ㅋㅋㅋ’
    ‘아저씨는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그리고 나 농담아닌데… 너 공주병 진짜 심각하잖아…’
    ‘이~씨~ 놔요… 이거…’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는 현주는 어느새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아영도 따라 일어서며 배낭을 챙기는데…

    ‘저기요… 저… 아직 숙소 안 정하셨으면…’
    ‘네?’
    ‘아직 숙소 안 정하셨으면 저랑 같이 가실래요?’
    ‘네?!!! 어딜?’
    ‘저희집으로 가시죠… 밤기차타고 아침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관광했으면 많이 피곤할텐데…’
    ‘에~이~ 그래도…’
    ‘아니… 괜찮아요… 이 아가씨 많이 놀란것도 같고… 지금부터 숙소 알아보자면 번거로울텐데… 그냥 저희 집으로 같이 가세요…’
    ‘도와주신것도 고마운데… 민폐를 끼칠수야 없죠…’
    ‘괜찮다니까요… 저 가끔 배낭여행하시는 분들 저희집에 데리고 가서 밥도 해드리고 또 잠도 재워주기도 해 봐서… 그리고 저도 한국소식도 좀 들을 수 있어서 좋거든요… 가세요.. 같이…’
    ‘그래도… 보시다시피 저희가 일행이 4명이나 되는데…’
    ‘괜찮으니까 걱정마시고… 같이 가요…’

    고개를 돌려 아영이를 보니 그러자는 표정이다.

    ‘그럼… 이것참… 너무 죄송한데…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자 갑시다…’

    앞서가는 그분을 따라가며 아영이가 그동안의 내 여정담을 기억해 냈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저씨… 진짜 신기하다… 아저씨 말대로 아저씨 따라다니니까 좋은 분을 금방 만나네…’
    ‘그렇지… 그게 다 내 인복이라는 거다…’

    그렇게해서 그 분을 따라 나선 우리 일행…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그 형은 성악공부하는 유학생이었고 그냥 잠시 쉴 생각으로 따라나섰던 우리 일행은 결국 로마 여행하는동안 내내 고마운 형 덕분에 그집에서 지내며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어찌보면 정말 소설이라고 해도 될만큼 꼭 절묘한 시점에서 누군가와의 도움이 인연의 끈으로 이어졌던 만기의 생환기…
    오늘도 어김없이 또 그런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자 다음엔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다음 이야기는 생환기 18로 이어집니다.


    • 생환기팬 72.***.232.123

      17편은 오랫동안 기다렸으니, 18편은 곧 올리실거죠?

    • eb3 nsc 98.***.14.48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좋은사람들과의 만남… …저도 기달겨요..ㅋㅋ
      18편..기다릴께요..

    • Esther 70.***.202.162

      끝없이 이어지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정말 복받으신 것 같아요..
      저도 누구에게 좋은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