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연구원 푸념

  • #3317100
    음하 199.***.128.94 2818

    바이오 분야에서 8년 동안 장수 포닥하다가 학계에 자리잡는 것은 불가능하겠다 싶은 생각에
    2년 전에 제약회사에 사이언티스트 포지션으로 취직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취직할 당시에는 포닥이라는 비정규직을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만족하며 다녔습니다만
    아카데미에 있을때에 비해 오히려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네요.
    일단 포닥때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 나이도 어느덧 40대 중반을 향해서 가다보니
    여기 회사에 있는 포닥들보다도 성과가 적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위에서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빅파마에서 일하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이 아주 작게만 느껴지고 대부분 다른 팀과의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여기 팀원들은 서로 뭘 하겠다고 나서는 반면에 저의 경우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하지 못하네요. 이러다보니 메니저한테 인정도 잘 못 받는 것 같고 승진도 아무래도 쉽지 않을것 같네요. 메니저들 나이가 저와 같거나 적은것도 종종 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에 하나네요. 물론 제 밑에 분도 저 보다 나이가 좀 많아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할려고 합니다.
    한국이긴 하지만 학석박 좋은 곳에 나왔고 포닥때 논문만 대박나면 교수로 갈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하루하루 버티자 라는 생각만 듭니다. 가족들 생각하면서요….
    주위 다른 회사 다니시는 한국분들에게 여쭤보면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다 라고 말씀해주셔서 이해도 하고 조금씩 적응도 할려고 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일기 같은 글 남겨서 죄송합니다. 그냥 어디든 푸념섞인 글 남기고 싶었네요.

    • Ty 174.***.5.11

      월급 보고 버티세요.

    • ou 24.***.65.158

      저도 마찬가짐 10보 20보 차이입니다. 지금상황을 나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대부문의 가장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좀 나아집니다. 우리의 이민생활은 이런 상황으로 점칠되어 있습니다.

    • 음하 199.***.128.89

      두 분 감사드립니다. 주위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포닥에서 교수 자리로 옮겨 가는게 좀 속좁게도 배아팠나 봅니다.

      • ㅇㅇ 137.***.29.162

        학계에서 살아남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질투 느끼는 건 당연한 거구요. 여기 게시판에 한풀이 하시고 스트레스 다 날려버리세요.

    • NYC 66.***.37.179

      그게 월급, 가정보고 버티는거죠. 게다가 일하가보면 아픈데도 나가야하는 상황도 생기고. 저는 미국에서 박사는 했지만 그냥 건강하게 가장으로서 가족들 책임을 지고 있으면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직장 다니고 있습니다. 바이오 포닥은 탈출하신 것만으로도 잘 하신 겁니다. 많은 경우 탈출도 못 하거든요.

    • 수퍼스윗 184.***.6.171

      가진 것에 감사하세요.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얼마나 복을 받았는가 모르고 툴툴대며 사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어리석은 삶이죠. 그게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다 나타납니다.

    • 172.***.184.130

      남의 떡이 원래 커보여요
      저도 그필드 탈출한 1인이라서 이렇게 말하고있긴하지만요
      사람이 자아실현도 좋지만 먹고는 살아야죠

    • 직장 108.***.131.179

      남들하고 비교하고 살면 끝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인생을 사는겁니다. 내 인생을 남과 비교하지 않으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꼭 비교하고 싶으면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 있는지 돌아보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회사에서 직급하고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보통 매니져들은 연봉에 비해 훨씬 스트레스도 많고 하는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애들은 매니져로 진급하는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식으로 매니져가 무슨 왕처럼 군림하는 그런 문화가 아니고 미국은 거의 팀을 서포팅 하는 입장이지 싶습니다. 괜히 나이가 나보다 어리거나 비슷하다고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회사내 적응은 제 경우도 비슷한데, 주위에도 보면 한국분들은 자기일만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고 본인이 한 일에 대해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주위에서 존재감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어차피 미국회사를 다니시니 조금씩 본인이 하는 일도 주위에 많이 알리시고 다른 사람들 일하는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도 하시고 좋은 생각이 있으면 목소리를 내시고 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인도애들은 일은 10만큼 하고 목소리는 100을 내는데, 한국 사람들은 일은 100하고 목소리는 10정도 내는것 같아요. 너무 위축되지 마시고 주도적으로 하는 일을 늘려가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누군가에는 드림인 인생을 사시는거 기억하시면 좋을것 같네요.

    • 지나가다 172.***.23.71

      월급보고 버틸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회사가 구조 조정에 들어간다거나 무슨 정치적 사안으로 인원을 줄여야 할때 본인은 어떨까 하는 구체적인 상상은 해 보셔야 합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은 “그래도 나를(?)” 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 아직은 40대 이시니까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하시고 여기 저기 기회가 있는지 미리 미리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일자리 알아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 직장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아서요. 굿럭…

    • ab 72.***.155.211

      한국사람은 미국에서 나이 따지는거랑 매사에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는 거 이 두가지만 버리면 쉽게 행복해 질 수있습니다. 그리고 솔까말 교수직 부러워하는 님이 이해가 잘 안되네요.

    • 음하 199.***.128.89

      시간 내서 답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위로와 도움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지네요.

    • 64.***.145.95

      저도 파머에 있습니다. 포닥도 했었고. 님에 글에 이해가는 것도 있고 아닌것도 있습니다.

      이해가는것은 바이오 오랜기간 거쳐서 잡을 잡아도 별로 크게 달라지는것 없습니다. 연봉도 별로 높지않고, 나이는 많고 다들 가방끈은 기니 아직도 님은 배우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겁니다. 사실 파마에 있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PI가 아니라는게 문제죠. 하지만 파머에선 님은 이제 2년된 신참입니다. 다시 배운다고라고만 생각하시고 박사포닥은 이미 과거입니다. 님만 그런거 아니고 그분야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새로운 과정을 겪어서 성장합니다.

      이해가 안가는 것은 님은 아직 아카데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바이오 포닥중에 교수로 가는 비률은 10프로가 안됩니다. 그러나 바이오 포닥에 90프로 이상이 자기는 언젠가 교수가 될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미련을 버리세요. 이미 인더스트리로 온이상 다시는 아케데미로 되돌아갈수 없습니다(혹시 님이 회사에서 꾸준히 퍼블리쉬를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좋은 점을 보세요. 전 그 엿같은 퍼블리쉬에서 벗어나니 살것같더군요. 또하나는 인더스트리에서 포닥때 하던거 계속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또 지금 님이 하는 일도 언제까지 하고 또 다른거 배워야할지 모릅니다. 저도 인더스트리와서 매우 다른것 합니다. 원래 그런겁니다. 그리고 새로운거 내가 공격적으로 접근해서 물어보고 아이디어내서 나 이거좀 하게 해달라…. 이런거 만들어 보이겠다. 이런적극성 없으면 회사에서 크긴 힘듭니다. 나이들어서 더욱 살아남기 힘들어집니다.

    • 바이오포닥은 128.***.174.220

      제 개인적인 생각은 바이오 관련된 포닥들은 가장이 되면 안됩니다. 본인도 가족도 그리 행복한 삶을 살기 힘들지요. 설령 원래 꿈인 교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교수는, 괜찮은 학교라면 그나마 나을 수도 있지만) 미국 교수는 그때부터 지옥 시작이고, 그것조차 안되면 포닥으로 은퇴하거나 (타이틀만 바꾸면서) 회사에 죽을 힘을 다해 겨우겨우 들어갑니다. 하지만 님처럼 원래 꿈이었던 교수에 대한 미련때문에 본인도 그리 직업에 만족못하지요…그나마 싱글이면 포닥 월급이면 살만하고 (심지어 저축도 가능합니다), 계속 논문내면 (한국은 안되지만), 미국은 딱히 나이제한없어서 언젠가는 교수가 될 수도 있지요. 물론 그때부터는 연구보다는, 실현 가능한 SF소설을 잘 쓰는 작가가 되야하지만요.

    • 베이 199.***.10.50

      그래봐야 돈벌러 회사나오는데 뭔 나이 학벌따지나요.
      그분들도 님 학교다닐때 회사에서 경험쌌고 일했잖아요.
      그냥 미국에선 서로서로 도움되게 웃으면서 회사다니는게 최고입니다.

    • M사 174.***.18.56

      조교수는 돈도 얼마 못 벌고, 포닥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죠. 몇년 후 테뉴어가 된다 해도,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계속해서 연구비 따내는 것이 장난 아니죠.
      벌어 놓은 돈을 연구비로 써야만하는 빅파마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것이 행복한 거에요. 지난 10년 동안 비교적 여유있게 일하면서도, 시작할 때 비해서 버는 돈이 두 배가 넘게 됐네요.

    • 음하 199.***.128.89

      답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제 마음이 확 바뀌진 않겠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사 생활도 좀 적극적으로 해야겠네요. 지칠때마다 답글 한번 씩 다시 찾아보도록 할려구요.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 ㅂㅍㅁ 100.***.238.135

      같은 제약업종에 있는 연구원으로서 화이팅입니다. 저도 처음 몇 년간은 내가 하는 일이 신약개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 헤매인 기억이 납니다. 돌아보면 같은 분야의 연구에도 기업이 강한 분야가 있고 학계가 강한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같은 곳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보니 요즘엔 대학에 강연 초청도 받곤 합니다. 학계에 가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기업에 있다고 자존감이 없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