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끝나간다..

  • #83527
    none 67.***.249.116 6587

    아내가 아이와 함께 한국에 놀러 가는 바람에 한달 조금 넘게 밥을 혼자 챙겨먹어야하고 빨래와 청소를 해야하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인터넷도 자유롭게 하고 TV 도 채널선택권을 독점하는 자유를 누리는 “개인”이었으나.. 이제 열흘뒤면 다시 아빠로 남편으로 가장으로 살아야한다. 사실 별로 자유를 만끽하지도 못했다. 회사 프로젝트 기한에 쫒기고 거기에 그 한달 사이에 2차시험과 기말고사 term paper … 학업과 회사일을 병행하는게 이론적으론 가능한 거였지만 실행하기엔 정말정말 힘들었다. 계획한 것의 반의반도 못했다. 4일전 학기가 끝나서야나 심적으로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나마 이틀은 시체처럼 잠만잤다.

    그동안 느낀점..
    1. 논문과 회사, 혹은 회사와 수업은 병행 가능하지만 그 세가지의 병행은 이번처럼 아빠의 역할 남편의 역할을 내려놓는다 해도 불가능하다는 것.. 그냥 하는데까지만 하려고 해야지 괜히 더 하려고 하다간 몸만 축나니 살살 해야겠다는 것…

    2. 역시 지난번 처럼 한달정도 떨어져 있어도 아내는 그립지 않은데 아이는 정말정말 그립다는 것.. 한달 떨어져 있으면 아내가 보고싶어 힘들다는 주변사람들을 보면 잘 이해가 안된다. 당근.. 내가 문제가 있는 것.. 해결방안을 조심스레 생각해보기 시작해야겠다.

    3. 설겆이를 제때 바로바로 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띄는 바퀴의 숫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부모님이 오셨을 때 그리고 지금 내가 설겆이를 할 때.. 날이 더 덥지만 바퀴의 수는 현저하게 줄고 있다. 근데 바퀴약도 많이 놓고 했는데도 아직도 계속 눈에 띄고있다. 이게 거의 사라져야 아내한테 설겆이 제때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아님.. 앞으로도 계속 설겆이를 내가 전담하던가.. 아무래도 후자쪽이 선택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4. 성과..
    결혼 1년차에 아내가 혼자 한국에 다녀올 때는 술에 취해 전화하며 나랑 살기 싫다고 밥맛이라고 했었는데 6년차인 이번에 한국에 가서는 전화하며 우리 한국에 돌아오면 못 살 것 같다고.. 미국에서 어떻게든 잘 붙어있어야하겠다며 예전부터 내가 하던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한 것..

    근데.. 참.. 이제 열흘뒤면 쉬는 것, 공부하는 것의 스케쥴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회사에서 머리 많이 써서 피곤해 쉬고 싶은데 논문 안하냐 시험공부 안하냐 하는 소리.. 그러다 몸이 축나 아프거나 하면 왜 페이스 조절 제대로 못하냐 하는 소리..들을 생각하니 참.. 내가 빨리 언제 혼자 한국엘 다녀와야할텐데.. 그래야 정말 내가 집안일 아이일 도와주는 것이 없으면 어떻다는 것을 직접 체험해야 하는 건데..

    • Power 76.***.71.194

      ㅋㅋ 재미있군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공감합니다. 나만의 시간을 무지 가지고 싶지요.. 나만을 위한 자유(?)… 근데요… 결혼생활하면서 느낀건데… 엄마라는 아내라는 여자라는 존재… 생각보다 무지 강합니다. 남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빠라는 존재.. 남편이라는 존재.. 남자라는 존재보다 더..
      아이는 정말 그립지요.. 근데.. 그 단계를 지내보니.. 아내가 더 그립더군요..
      나 같은 넘을 델구 살아주는 아내가 감사할 뿐입니다… 음.. 술을 한잔 했더만 뭔소리를 하는지…
      제가 친구한테 한 소리가 갑자기 생각 납니다 (뭐 그때는 그런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물론 이건 제 자신에게도 가끔씩 하는 이야기 입니다.

      30 몇 년을 네가 원하는데로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았으면 나머지 30몇년은 네 와이프를 위해서 네 자식을 위해 희생하라구… 하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갑자기 제 자신은 그런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반성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늦은 밤입니다. 아~~ 이 너무 술은.. 하여간 웬수입니다..^^;;

    • eb3 nsc 69.***.173.135

      몇주 전인가?? 남편과 제가 한바탕 했습니다..골프때문에… 한국서 늘 술과 친구속에 뭍혀 살던 남편, 골프치는 사람들을 부르조아라고 놀리던 사람… 저의 직장 때문에 엉겹결에 따라나선 미국행 벌써 6년을 넘어 서며,.
      어느듯 골프에 재미가 들어.. 토욜 새벽, 일욜내내… 몇주를 계속 가는 사람한테… 4주 연속 (저한테는 2주 간다고 하고 2주는 쉰다고 약속해놓고) 가는 바람에… 성질 더러운 제가.. 그냥 골프채 두개를 냅다 부러뜨렸습니다.
      남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주먹이 불끈… 막 올라 오려던 순간…” 그래 쳐봐.. 이번에 미국 감옥이 어떤지 한번 체험해 보시지…ㅋㅋㅋ” 협박 했더니…
      잠깐 수그러지고., .. 저는.. 그날 보따리를 사서, 식구들(친정엄마, 딸둘)데리고 근처 호텔에 가서 1박 하고왔습니다..(다행히 아이 방학)..
      미국와서 처음으로 외박겸… 떨어져 지내는것입니다… (남편 한국 한번 갔을때 말고는)… 남편도 불꺼진 집에 들어와서 많은걸 생각 했답니다.
      가족이 있을때 여유있게 치는 골프와, 진짜 혼자가 되서 치는 골프… 어떤게 좋을까요?? 가끔 가족을 위해서 좀더 시간을 내주는 아빠가 되주면 고맙죠…

    • 163.***.56.241

      갑자기 eb3 nsc님의 얘기를 들으니 생각나는 얘기가 있습니다.
      골프 싱글이 되려면 싱글이 되어야한다는.. ㅋㅋㅋ
      행복하세요!

    • 산들 74.***.171.216

      요즘 은근히 관심생기는 골프, 그거 함부로 시작하면 안되겠네요..ㅋㅋㅋ

    • JK 72.***.205.226

      제발 그놈의 골프좀 치라고 성화를 대고 계신 우리 마나님은 eb3 nsc님의 맘을 알기나 할까요???
      에효… 장인, 장모님, 주변 선후배들 그 아무리 재밌다고 난리들을 치고 이러고 사는 저를 이해 못하겠다고들 하는데 왜 전 아직도 그분들이 이해가 안가는 거냐구.. 그게 도대체 뭐가 재미있냐구…
      몇번을 쳐봐도 나 참… 이란 소리만 나오는 몇 안되는 스포츠라는…
      이상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