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세금과 해외 자산 신고에 대해서…

  • #317550
    소리네 199.***.160.10 4743

    이글은 원래 아래 다른 분의 글에 댓글로 올렸던 글이었습니다만
    원글의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도 아니고
    이와 관련된 댓글이 지워졌고, 제 글에 추가하고 싶은 것도 있고 해서
    여기에 내용을 수정한 새 글을 올립니다.

    해외 자산 신고법은 미국 사람들이 외국에 빼돌린 돈을 찾으려고 만든 것인데
    외국인인 내가 미국과 관련이 없이 한국에서 모은 자산을 왜 미국에 신고해야 하나?
    다른 나라는 하지 않는데 미국만 말도 안되게 외국인의 외국 재산과 소득에 세금을 매기나?
    이런 얘기가 있는데요…

    해외 자산을 신고하라는 법은
    국내 돈을 외국으로 빼돌려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뿐만이 아니라 좀더 넓은 의미에서
    법적으로 납세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좀더 정확한 설명일 것입니다.

    단지 이런 역외 탈세의 형태가, 국내 돈을 외국으로 빼돌린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경우가 더 중요하게 생각될 것입니다만…

    지금은 지워진 아래에 다른 분의 댓글을 보면
    한국법은 한국에서 외국에 투자한 돈에 대해서는 한국에 신고를 해야하고
    원래부터 외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쓰셨는데요,
    사실 돈의 원래 source가 포인트는 아닙니다.

    한국법/미국법 둘다 원칙적으로 ‘세법상 거주자’는 돈의 원래 source와는 상관 없이
    전세계 수입에 대해서 세금 보고를 해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전세계 금융 정보에 대해서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 사람이 미국에 H1B로 와서 일을 하면서
    미국에서 받은 월급으로 주식 투자도 해서 많은 돈을 많이 모아서
    미국 은행에 많은 돈을 저금해 있는데, 한국에 돌아가 살게 되었다면
    비록 그 돈이 애초에 한국에서 투자해서 번 것이 아니지만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 (즉, 다시 세법상 한국 거주자가 되면)
    미국 금융 계좌를 한국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자나 투자 소득 등이 있으면 한국 세금 보고에 포함해야 합니다.

    한국 국세청, 미국 IRS 모두 세금 대상이 되는 외국에 있는 수입에 대해서
    세금을 징수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외국에서의 소득을 추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나 회사 중에서 이를 이용해서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어떤 경우에는 active하게 이것을 탈세에 이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미국, 또 다른 여러 국가에서 서로 금융정보를 교환해서
    세금을 추척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 IRS만 원해서 한국에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국 국세청에서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세법상 거주자’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 세법에는 기본적으로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에 살고 있으면 한국 거주자가 되고
    한국에 살지 않으면 비거주자가 됩니다.
    (물론 정확히 어떤 경우를 “거주하고 있다”고 판단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서, H1B로 미국에 온 사람은 한국 국적자라도
    미국에 살고 있으면 한국에는 비거주자가 되며,
    한국에 비거주자는 한국이 아닌 외국의 수입을 한국에 보고하지 않으므로
    미국에서 번 돈에 대해서는 한국에 세금보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 연방 세법에는 외국인도 미국에 거주하면 세법상 거주자가 되는 것
    (이것은 한국법과 마찬가지)에 더해서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는 외국에 살고 있어도 미국 연방 세법상 거주자가 됩니다.
    (이 부분이 한국법과 다름.)

    미국법에  한국 국민이 미국에 H1B로 와서 살면
    한국에서의 수입을 미국에 보고하라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법에도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에 와서 살면
    미국에서의 수입을 한국에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한국에 사는 미국 시민권자는 한국과 미국에 둘다 세금 신고를 해야 하지요.

    그런데, 미국 연방 세법에는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가 외국에 살아도
    미국에 세금 보고를 해야 하도록 되어 있는 대신,
    외국에 장기적으로 사는 경우에는
    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과 Housing Expense에 대한 공제를 적용해서
    미국에 내야하는 세금을 경감시켜 줍니다.

    또, 한국 세법에는 이런 원칙에 몇가지 특례 조치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세금을 경감해주는 규정이 있고,
    한국 거주 5년까지의 외국인은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한국에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외국인이 미국에 와서 사는데
    미국과 관련이 없는 외국에서의 소득에 대해서
    미국에 세금을 내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도 그렇고 여러나라가 그런 원칙을 적용합니다.

    물론 저도 개인적으로야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 번 돈을 한국은행에 넣어둔 것과
    한국에 부동산에 월세을 받는 것이나 한국 주식의 수익처럼
    미국에서 일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의 재산과 수입에 대해서
    미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라고 하면 좋아할리가 없겠만요…

    어디에 세금을 내야 하느냐에 대해서 예를 들어보면
    옆집에 살고 있는 A/B 두사람이 똑같이 각각 100만 달러의 로토에 당첨되었는데,
    A는 그 지역 로토에 당첨되어 그 지역에 세금을 냈고
    B는 외국 로토에 당첨되어 외국에만 세금을 냈다고 하면,
    그것이 합리적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로토에 대한 실제 세법은 좀 다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소득’에 대한 예로…)

    그런데, A 입장에서 보면 자기는 총40만불의 세금을 냈는데
    그래서 그 지역의 학교, 도로, 경찰, 소방서 등의 운영에 자신의 세금이 쓰였는데
    옆집에 살며 똑같은 혜택을 누리는 B는
    자기와 똑같은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10만불의 세금만 냈다면
    그것이 불공정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에 10만불을 냈으면 차액인 30만불을 미국에 내서
    같은 소득이 있는 A와 B의 총 세금액이 같도록 해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B에게 외국에 10만불, 미국에 40만불, 이렇게 이중으로 더많이 내라는 것은 아님.)

    또, 세금의 경우는 아니지만 비슷한 점이 느껴지는 한가지 예로…
    자녀가 미국 대학에 들어갈 때, 가족의 수입과 재산에 따라서
    Need-based Financial Aid를 주는데
    A는 미국에 수입이 많아서 학비 보조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B는 한국에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 신고하지 않고
    미국 대학에는 저소득층인 것처럼 보고해서
    장학금을 많이 받는 것도 불공정해 보일 것입니다.

    어디에 세금을 내야 하는 것에는 다음 두가지 원칙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소득이 있는 곳 (또는 일을 한 곳)에 먼저 세금을 내고,
    추가로 거주지에 세금을 냅니다.

    세금이라는 것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세금은 그 지역의 운영비를 그 지역 거주자가 각자의 소득에 비례해서 돈을 내는 것이다.
    옆집에 살면서 그 지역의 서비스를 똑같이 누리는 두 사람이
    똑같은 소득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한명은 그 지역에 돈을 내고 다른 한명은 그 지역에 돈을 내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고
    두명다 자신의 전체 소득에 따라 그 지역에 기여를 하는 것이 옳다.

    많은 국가들이 이런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detail에서는 서로 다른 거주자 판정 기준이나 예외 규정 때문에
    국가마다 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기본 원칙이 미국에서만 요구하는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자신의 거주지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주는 좋은 동네 (국가)에서 하고
    소득 원천을 서류상으로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로 만들어서
    세금은 내지 않으려고 할 지도 모릅니다.

    여기에서, 물론 양국에 그냥 세금을 모두 내게 하면 이중 과세가 되어
    그 개인이 억울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이중 과세 금지 조약을 맺습니다.
    그런데, 이중 과세 금지를 한국에 세금을 낸 소득은 미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단지 미국 세금을 계산할 때 한국에 낸 세금을
    빼주는 것입니다 (Foreign Tax Credit).  한국 세법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 https://www.workingus.com/v2/gnu/bbs/board.php?bo_table=life&wr_id=45186
    이중 과세 금지에 대해서



    미국과 같이 자국의 국민이나 영주권자가 외국에 살아도
    본국에 세금 신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냐
    한국과 같이 외국에 사는 자국 국민은 본국에 세금 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더 합리적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본국에 세금 신고를 해야 하는 것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을 좀 경감해 주더라도…)

    사실 영주권자로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는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구하고, 한국 선거권을 요구하면서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만),
    한국 군대에도 가지 않고 한국에 세금도 내지 않는 것이 제게는 그리 fair해 보이지 않습니다.

    (뭐, 저도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사는 저희 아들을 한국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고
    세금도 내기 싫겠지만…
    또, 한국 정부가 제대로 도움을 주는 것이 별로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 http://download.hometax.go.kr.krweb.nefficient.com/hts1/wcom/webdown/%282013%29%ED%95%B4%EC%99%B8%EA%B8%88%EC%9C%B5%EA%B3%84%EC%A2%8C%20%EC%8B%A0%EA%B3%A0%EC%A0%9C%EB%8F%84%20%EA%B4%80%EB%A0%A8%20FAQ.pdf
    (한국)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관련 F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