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법과 상법,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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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겸 변호사 125.***.186.193 1107

    이 작은 공간은 앞으로 부동산 및 상법에 관련된 법률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최소한 필자에게 이 “이야기”라는 어감은 서론과 결론이 분명한 강연과는 다른, 그저 하나의 주제를 함께 소소하게 나누는 편안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필자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의 목적을 가급적 배제하고, 주어진 법률 소재를 여러 다른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이 칼럼을 읽고 난 후 오히려 여러 궁금증이 유발될 수 있도록, 그렇게 자칫 무뎌질 수 있는 사고의 부지런함을 키우는 데에 글의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미국 로스쿨에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Socratic Method)이 널리 채택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로스쿨 교수는 학생들에게 법률에 대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아무 사전지식도 없는 수십명의 학생들 머리 위로 질문 하나를 던지며 강의를 이끌어 간다. 필자의 경우, 첫학기 형법 강의의 첫질문은 ‘인간이 과연 더 나은 선을 이루기 위해, 혹은 더 심각한 악을 피하기 위해 무고한 타인을 희생시킬 권리가 있는가’였다. ‘Homicide by Necessity’ 라고도 알려진 이 명제는 다음과 같은 예로 설명할 수 있다.

    선장과 승객 20명을 태운 구명보트가 승객들의 무게에 못이겨 바다 한가운데서 가라앉기 시작한다. 무사히 육지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원 한명을 줄여야 한다. 선장은 육지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또한 20명 승객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19명의 승객을 살리기 위해 선장이 어느 한명을 바다에 던져야하는 것인지, 혹은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여 본인의 결정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차라리 선장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고 나머지 승객들의 안전은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인지, 이 명제는 다양한 법률적 사고를 요구한다.

    더 나아가, 만약 승객 한명이 바다에 던져져야 한다면, 과연 어떤 기준으로 그 한명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묻는다. 사회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어린아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가장 적게 남은 노인, 사회를 어지럽히는 흉악범, 경제 기여도가 가장 적은 가난한 사람, 모든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한 개인 기업가, 부패한 정치인, 육지에 기다리는 가족이 전혀 없는 고아 등등. 여기저기 용기를 내어 대답하는 학생들에게 교수는 결코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강의가 끝날 때까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다.

    수천 수만건의 법 조항들이 아무리 복잡하게 얽혀 나열되어 있어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시비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은 복잡성이라는 그 고유의 특성과 더불어 상대성이라는 특징도 함께 갖고 있다. 그렇기에, 한가지 조항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그 다양한 해석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전체적인 사고 체제를 성립시키는 것은 순전히 해석하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그리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해석 과정은 늘상 편협, 불분명, 혹은 맹목적 비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소크라테스식 교육법이 한가지 확실하게 표방하는 것이 있다면, “틀린” 시선은 그저 “다른” 시선일 뿐이라는 것이다. 법률의 해석이 나와는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시선이라고 속단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고, 적지 않은 경우 그러한 여지가 어떤이들에게는 희망적인 예외를 가져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다른 시선”의 자유를 함께 공유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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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74.***.38.202

      어디서 반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