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인터뷰 후기 그리고 한국인 인터뷰어

  • #170459
    미역국 50.***.20.18 2842
    제 첫 인터뷰 후기 남깁니다.

    지난주 테크니컬 번역가 온사이트 보고 오늘 불합격 이메일 받았습니다.

    이메일 읽고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찜찜한 것이.. 온사이트 때 저를 잠깐 인터뷰 했던 한국인 번역가 두 분이 걸립니다.
    한국에서 쭉 살아왔고, 한국에서 영어영문 학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엔트리 레벨 찾는 사람이고 번역가 경험은 제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번역을 하는데에 있어서 ‘해석’과 ‘번역’은 분명히 다르고..
    학생시절 번역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서 아주 기본 적인 것들은 알고 있습니다.
    문장의 톤이나 분위기나.. 얼마나 포멀한지..이런 것들이 다 한국어로 바꿀 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번역가 일을 ‘영어랑 한국어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번역할 때 지식량의 차이도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문학분야 번역을 주로 했었기 때문에 테크니컬 쪽 지식은 거의 없고…
    그만큼 이번 인터뷰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고 인터뷰 전에 이 회사에 대한 뉴스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테스트를 한 후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인 번역가 두 분과 굉장히 캐주얼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두 분도 이제 막 1 년차가 된 번역가 분들이셨어요. 학교 졸업 하시자마자 취업하셨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신 것 같았습니다. 사실 두 분이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보여서 저도 당황을 했습니다. 저를 앞에 두고 두 분이 서로를 바라보시며..
    “이제 뭐 물어보지?”이러시면서 멋쩍게 웃으셔서, 제가 거의 질문하고…뭔가 이 포지션에 대한 Q&A 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너무 긴장이 풀려버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번역가들이 사용하는 
    CAT Tools도 잘 모르셨고….본인들 말로는 단지 제가 한국어를 얼마나 하는지 확인하려는 절차랍니다.
    그리고 이 포지션 매니져와 그 매니져의 상사분이 오셔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는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다른 장점을 부각하며 열심히 대답했습니다.
    인터뷰어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굉장히 개인적인 부분들을 저에게 이야기 해주었고, 이상한 분위기 없이 잘 진행이 되어서 다 마치고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한 가지, 인터뷰어가 회사 홈페이지에 한국어로 번역된 화면을 보았느냐고 물었을 때 못 봤다고 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좀 더 꼼꼼히 확인하고, 번역을 보고 왔으면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집에 와서 회사 홈페이지 한국어 버전을 보고나니…
    그 한국인 인터뷰어 분들 얼굴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마치 한국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사람들이.. 번역도 아닌 해석을 한 것 처럼…
    제가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 였습니다. 한국 분들이 이 회사와 거래를 할 때, 홈페이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번역은 그렇다 치고, 감수도 안 하는 건지.. 어이가 없고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번역을 하시는 분들이 제 번역을 보고 어떻게 평가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시간 제한을 두고, 인터넷 연결도 없이 제가 가져간 사전 하나로 번역한 것이 누가봐도 더 나은 번역이라고 할 것 입니다. 
    이제 막 뻗어나가는 회사이고 번역/로컬라이제이션 팀도 꽤 큰데,
    한국어 번역가 그 두분 손에 한국으로 보낼 모든 제품의 번역이 달렸다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두 분 말씀이 일 년 내내 두 분이서 다 하셨다네요. 사이에 다른 한국어 번역가는 없었답니다.
    불길한 예감은 인터뷰 마친 당일 부터 들었습니다. 
    제가 매니저와의 인터뷰를 기똥차게 잘 했을리가 없구요, 그렇다 한들..
    한국인 번역가 분들이 제 번역과 한국어 실력을 평가해서 매니저에게 말할 사람들인데…
    저를 칭찬 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예상대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작하는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자리 찾겠습니다.
    구직하시는 다른 분들도 힘내세요.
     
    • aaaa 71.***.165.108

      회사 이름 좀 힌트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통번역 대학원을 나왔고 프리랜서로 번역에이전시를 끼고 여러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있는데 인하우스에서의 일이 궁금하네요.

    • vbbbb 152.***.11.68

      원글님 심정 이해합니다. 거기 들어가셔 머하시려고요. 기분 나쁘고 이 놈들이 사람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왠지 볼 것 없는 여자친구가 자신을 배신한 것 같으시져…

      All in all, 그런 싸구려 번역팀 정도 있는 회사가 롱텀으로 잘될리 없고, 또 그런 넘들이 오래 남아있을리 없어요. 단지 님이 오버퀄리파이 되어서 못가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