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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가 지난 4월 시장 비서실 회식 당시 벌어진 비서관 B씨(별정직 7급)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사건 피해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4월 당시 성폭행 사건과 이번 피해자는 동일 인물”이라고 확인했다. 피해여성은 박 시장의 추행으로 괴로워하는 와중에 또 다른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이 성폭행 사건을 상담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박 시장의 문제도 함께 상담했고, 이후 공론화 작업을 각오하며 이번 경찰 고소건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 제공: 한국일보특히 박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당시 비서실장과 인사담당 기획비서관 등 6층의 정무라인 ‘빅3’가 교체된 것도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질한 것이란 해석이 시청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빅3 교체를 놓고 ‘내년부터 본격화될 대권 경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시 내부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피해여성과 함께 박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정무라인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 내부에 대한 조사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시가 자체적으로 하기보단 외부 기관이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체 조사 여부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은 것으로, 이 같은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에서 조사가 들어올 경우 협조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사실 확인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시 차원의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앞서 서울시가 “피해 사실이 인권담당관실 등 공식창구로 접수된 게 없다”, “언론 보도를 접하고 알았다”고 밝힌 것과 맞닿아 있다. 시 관계자는 “피해자, 제3자가 신고나 도움을 요청하면 대응하는 게 현재 매뉴얼”이라며 “그렇지만 현 상황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있지만 (해답을 찾기가)쉽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여성 측의 주장대로라면 시 내부적으로, 사전에 사태를 감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비서실이 있는 6층에서 고소인의 이야기를 듣고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의혹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피해여성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내부에 도움 요청을 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먼저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여성 비서관도 사건 이후 일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자체 조사를 한다면 조사 대상이 박 시장이 데려온 별정직공무원들이라는 것도 서울시로서는 부담이다. 정무라인에 있던 인사들로 대부분 정치권에서 온 이들이고, 정치인이 아닌 행정고시 출신의 서정협 시장 권한 대행이 이끄는 서울시가 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만큼 이들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다.
관련 질문에 서울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서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참석 과정에서 만난 기자의 ‘시 차원의 조사 계획’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채 묵묵부답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또 김주명 전 비서실장도 통화는 거부한 채 문자메시지로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 지금 아무런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서울시가 차제 조사에 미적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노조에서도 시 차원의 진상 규명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노조는 이날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수사기관의 몫이라 하더라도 고인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인사들의 잘잘못도 규명돼야 한다”고 시 수뇌부를 압박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고한석 비서실장 등 27명의 별정직 공무원은 지난 10일 면직된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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