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장가 보내기 프로젝 후일담.

  • #408879
    프로젝팀장 71.***.66.34 9379

    저는 싱글은 아니지만 싱글 게시판 개설을 축하하고 ‘싱글의 더블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글을 하나 올립니다. 몇년 된 이야기 입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 삼십대 중반의 S/W 엔지니어 한 분이 입사했습니다.(이하 ‘팀’으로 호칭하겠습니다) 환영회겸 한국인 직원끼리 모여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그 날의 주인공이었던 팀이 거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 되서야 나타났습니다. 늦게 온 벌주를 마시고 들어 본 지각 사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미국여행을 하던 여자분을 우연히 만나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어 그 분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채팅과 이 멜로 교제를 해왔다. 팀은 평생을 함께 하고픈 반려자로 그 분을 맞고 싶어 프로포즈를 했는데, 여자분이 거절도 승락도 안하고 답을 안 주고 있다. 마침 그 분이 미국에 잠깐 다녀가게 되어 만나고 왔는데 오늘도 답을 못 들었다.

    사연을 듣고, 저희들은 바로 여자친구의 심리상태 분석에 들어 갔습니다. 답을 안하고 있지만 만남은 지속되는 것으로 봐서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결혼은 모든사람에게 인생에 있어 큰 결정중 하나인데 채팅으로 교제를 했다고는 하나 몇번 만난적도 없는 사람을 선택해 삶의 터전을 미국으로 옯기는 선택은 누구에게나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런 추측들이 오가는 사이 참석자 중 한분이 팀의 생각과 여자친구와의 결혼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팀은 진지하게 자신한테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동료나 선배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다소 술기운의 영향도 있었지만 참석자 일동은 회동의 목적을 팀 환영회에서 팀 장가 보내기로 변경하고 이벤트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팀의 여자친구는 내일 모래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팀의 일생을 전환할 역사를 일으킬 시간은 딱 하루밖에 없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brain storming 을 통해 내일 수행될 작전을 짜고 기분좋게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어제의 동지들은 어제 술자리에서 세운 Agenda 와 Action Plan 을 잊고 제 각기 분주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잠시후 누가 찾아와서 돌아보니 팀이었습니다. 말없이 저를 바라보는데, 심각한 표정을 보니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의 동지들을 다시 규합해 일사처리로 작전수행에 들어갔습니다. 어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친구가 팀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좋아는 하는데, 이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해서 프로젝 컨셉을 로맨틱으로 잡았습니다. 청혼을 어떤 방법으로 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말로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했다고 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포즈를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프로젝 요원 A(저)는 일단 점심시간에 팀을 회사 근처의 보석가게로 데려가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샀습니다. 중간 가격의 예쁜 반지 였는데 마음에 안들면 교환하는 조건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귀국선물을 주로 취급하는 선물가게에 가서 장인 장모에게 드릴 선물을 샀습니다.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장인장모를 비롯한 처가 가족에게 점수를 따는 것이 연애의 101 아닙니까. 지갑과 벨트를 소위 명품으로 구매했는데, 팀이 그 날 출혈이 좀 컸습니다. 인생의 동반자를 얻는데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격려했습니다.

    프로젝팀원 B 는 맨하탄 뷰가 한눈에 보이는 fansy 한 레스토랑에 창가 자리를 어렵게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VIP 전용 흰색 최신형 리무진을 예약하고 맨하탄에 top rank 에 올라있는 florist에게 100 송이의 장미를 주문했습니다.

    프로젝팀원 C 는 팀을 잘아는 헤어디자이너한테 데려가 젊어보이는 스타일로 헤어 컷을 해 줄것을 부탁한 후 한 일년동안 세차 안 한 것 같은 팀의 차를 목욕제계 시켰습니다.

    드디어 작전개시 시간이 되었습니다. 팀이 여자친구에게 전화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는 메제스티 극장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극장앞에서 팀을 기다리던 여자친구 앞에 흰색 리무진이 섰고 정장을 한 기사가 내려 팀을 기다리는 사람이냐고 확인하고 뒷문을 열어 100송이의 장미바구니를 꺼내 안겼습니다. 놀라고 당황한 여자친구를 정중히 리무진으로 모시고 강변의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리모가 도착하자 보기좋게 헤어컷을 하고 정장을 차려 입은 팀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깜짝 이벤트에 놀라고 감동한 여자친구를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프로젝팀원이 심혈을 기울여 추천한 메뉴로 근사한 디너를 마친후 팀은 반지를 꺼내 인생의 반려자가 되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답을 못하자 팀은 미리 준비해 온 서울-뉴욕 편도 오픈 티켓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답하기 힘들면 지금 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의 마음이 정해졌을때 이 편도 티켓을 가지고 나한테 와주었으면 좋겠다. 얼마가 걸리던지 기다리겠다. 팀은 여자친구가 하고 싶어하는 건축 공부를 결혼하고 미국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비롯해서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미래의 계획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그녀는 별 말없이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없었습니다. 초조해 하는 팀을 보면서, 우리가 남의 인생에 넘 깊게 개입한 것은 아닌지 염려하며 결과를 함께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떠난지 열흘째 되던날, 확 핀 얼굴로 다가오는 팀 얼굴을 보고 우리는 답을 들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청혼을 승락했고 몇 달후 한국으로 가서 결혼을 하고 돌아온 커플은 오늘날까지 아이 둘 낳고 lived happlily ever after 입니다.

    결론적으로, 중이 제먹리 못 깎는 다고 했습니다. 결혼하고 싶은 선남선녀들을 밀어 줄 수 있는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 서슴치 마치고 싱글즈에 글 남기시고 용기있는 자가 미인 또는 미남을 얻는다고 목마르신 분들은 이 곳에서 열심히 우물을 파시기 바랍니다.

    • 비전문가 76.***.60.251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공감가네요.

    • 하야 24.***.132.82

      넘 감동적이네요. 좋은 팀원과 행복한 결혼 생활 정말 팀은 많이 행복하겠어요

    • 키히 143.***.138.230

      아.. 멋져요. 팀원들이 이렇게 도와주다니. 회사가 뉴욕이었나보군요. 맨하탄 뷰라.. 흐..

    • sk 67.***.111.24

      좋은 결과라서 다행이군요.

      여자측에서 긴가민가 하는데 나중에 감동한 모양입니다. 사실 조건도 크게 한 몫 했던 것 같네요. 조금 불만족이긴 한데 미국에서 시댁없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녀에게 플러스로 작용했다 보여집니다. 여자들이 상당히 계산적인거 아실겁니다 – 수십년 앞은 내다 보고 가장 안정적인 길을 걷죠.

      여자가 생각할 때 남자가 몇가지 기준(키, 학벌, 외모, 등)에 못 미칠 경우, 작용하는 변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머슴처럼 평생 자기를 잘 대해줄 각오가 되어있는지. 바람기는 없어보이는지.
      2. 혐오감이 안 생기는 정도의 외모면 ok – 마음먹으면 귀엽다고 봐주기도 함
      3. 키는 안습이라도 귀엽다고 봐주기로 작정하면 ok

      여자들 수다에 보면 서로 좋은 남자 만나서 호강하고 잘 사는게에 촛점이 맞춰집니다. 가끔 외모만 번지르르한 말썽쟁이 남편을 둔 사람과 착실한 남편을 둔 사람의 쌍방 부러움과 안도가 교체하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느끼죠.

    • 후움… 12.***.236.34

      감동적인 스토리이지만…

      일단 상대는 직접 찾아야 된다는건가요… ㅠ.ㅠ

    • Esther 75.***.52.162

      그런 친구들 동료를 가진”팀”이 부러워요!!!
      아..맘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 부럽 69.***.215.67

      부럽습니다 여자분도 그렇고 남자분도 정말 부럽네요..저런 프로포즈 받는다면 누가 거절하겠어요 물론 마음이 있었으니까 나간거겠죠.

    • terra 162.***.243.133

      esther님 많이 본 아이디 같아서..^^
      누가 저사람이 니 짝이다 하고 옛날 예적처럼 정해줘버리면
      차라리 편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_-;;
      역시 남의 이야기이구나..하구..
      드러마 한장면 보구 나가는듯하네요..^^